한국은행의 "70년대식 교통정리"로 종금사의 부도위기가 눈에 띄게 가시고
있다.

또 11일 원화자금시장에선 회사채 유통수익률 등 실세금리의 고공행진이
멈추고 하향세를 보였다.

그러나 종금업계는 이날의 금리하향세에 대해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 자금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 한은의 자금지원 효과 =한은은 지난 10일 업무를 정지당한 5개종금사를
포함한 8개 종금사의 미결제자금 2조8천억원을 11개은행으로 하여금
지원토록해 이들 종금사의 부도위기를 넘기도록 했다.

이어 10일밤에도 제일 동양 삼양 한길종금 등이 7천8백억원을 막지
못했으나 역시 11개 은행에 균등분배, 반강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토록
조치했다.

한은은 얼마전까지만해도 은행들에게 "협조당부" 차원에 그쳤으나 상황이
긴박해지자 지난 10일부터 "강제 교통정리"로 돌아섰다.

10일 오후2시 청와대에서 열린 은행장회의에서 전권을 위임받은 한은
자금부는 그날 오후3시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 외환 신한 국민 주택 산업
농협 등 11개 자금부장을 모아놓고 "70년대식 회귀"를 선언했다.

그후로는 아예 종금사의 부족자금을 한은이 직접 은행에 배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같은 자세변화로 종금사들이 부도위기에서 벗어나자 기업들의 무더기
"연장사태"도 차츰 사라지고 있다.

종금사에 돈이 공급되면서 거래기업들의 만기연장도 원활히 되고 있어서다.

금융계에서는 "한은의 강제적 교통정리가 구시대 회귀적인 면은 있지만
요즘같은 위급상황에서는 어쩔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 하영춘 기자 >

<> 자금시장 =11일 회사채(3년) 유통수익률은 연 22.90%로 전일보다
2.58%포인트 떨어졌다.

그러나 이는 불안심리가 가셨기 때문이 아니라 채권투자의 수익성을 좋게
본 개인투자자들과 기관투자가의 매수세가 일면서 생긴 일시적인 현상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실제 콜시장과 CP시장은 여전히 거래중단 상태를 지속한 가운데 하루짜리
콜금리와 3개월짜리 CP할인율이 연 25%대의 법정상한선에서 맴돌고 있다.

금융기관간의 자금흐름 경색과 기업에 대한 불안감이 풀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날 종금사의 CP만기 연장조치로 무차별적인 자금회수가 줄게돼
기업의 연쇄부도가 한풀 꺽일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는 종금사에 대한 은행권의 콜자금 지원이 원활히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종금사 관계자는 "돈이 없으면 CP만기 연장을제대로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임창렬부총리겸 재경원 장관이 공공기관 단체장들과 만나
종금사에서 이탈한 예금을 다시 예탁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종금사 자금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어 금주말을 고비로 자금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울소재 종금사 사장은 "영업정지된 종금사에 묶인 콜자금과 예금을
즉각 되돌려 주는게 문제를 푸는 열쇠"라며 "정부가 서둘러 이를 시행하면
자금시장의 안정도 기대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