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식 한은총재가 최근 외환및 금융위기와 관련, 사의를 표명했다.

이총재는 11일 "(사의 표명 여부를) 나로선 확인해 줄 수 없으며 일체
"노 코멘트"라고 말했다.

그는 "노 코멘트"의 의미에 대해 "알아서 해석하라"고 말해 사의 표명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이총재는 지난 95년8월 취임해 4년 임기중 1년8개월을 남겨두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아직 사표수리여부를 밝히지 않아 이총재는 당분간 총재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총재의 사의표명은 새삼스러운게 아니다.

그동안 상황 전개나 이총재 개인의 성격을 감안하면 이미 예견되어온
일이다.

우선 상황이 그렇다.

외환 금융위기는 말그대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굴욕적인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음에도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

이에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게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들의 정서다.

외환 금융정책을 기획실행했던 강경식 전부총리 김인호 전청와대경제수석은
이미 사임한 상태다.

이총재만이 자리를 지키는게 오히려 어색한 상황이다.

한은직원들의 이총재에 대한 불신감도 사의표명을 재촉한 원인이다.

한은법개정문제가 불거진 지난6월부터 한은직원들의 이총재에 대한 불신감
은 극에 달했다.

직원들의 뜻과 관계없이 정부의 한은법개정안에 이총재가 덜컥 합의해 줬기
때문이다.

한은노조가 11일 "이총재의 사의표명이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한 일"이라고
성명을 발표할 정도다.

여기에 이총재의 개성도 작용했다.

이총재는 평소부터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왔다.

누가 뭐라도 할일은 소신껏 다하되 언제라도 물러난다는 초연한 입장을
취해 왔다.

이총재는 IMF 구제금융협상을 벌이던 이달초순에 이미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대선이 끝날때까지는 사표가 수리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후임총재 임명은 대통령당선자의 몫인데다 현재의 외환위기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총재의 사의표명으로 문민정부들어 한은총재를 지냈던 조순 김명호
이경식씨 등 3명 모두 중도하차하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