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은 국민회의 등 정치권이 국제통화기금 (IMF)과의 긴급자금
지원을 위한 협상안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서자 당장 내년 1월로
예정된 추가 협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며 우려와 함께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11일자 모 일간지 1면에 낸 광고에서 "근로자의 고용안정,
기업의 대량 부도방지, 국가경제 주권의 수호에 관련된 사항에 대해 반드시
추가협상을 해 내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IMF와의 양해각서가 발표된 이후 종종 IMF와의 재협상 방침을
천명해 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재경원은 IMF가 당장 내년 1월 대규모 협상단을 한국에 파견,
앞으로 한국이 자금지원 조건으로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이행조건의 구체적인
내용과 일정을 제시하게 되는 만큼 이같은 정치권의 재협상 선언은 추가
협상에 찬물을 끼얹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재경원은 정부가 이번에 IMF와의 협의를 통해 발표한 양해각서는 대외적인
약속이라며 자본시장 개방일정과 금융기관 구조조정,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확보,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 원칙적인 내용은 재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단지 자본시장 개방일정을 언제로 할지와 노동시장 유연성 대책을 언제
시행할지 등의 시기문제는 "재협의"를 통해 조정할 수 있지만 자본시장
개방폭을 축소하는 등으로 원칙을 변경할 수 있는 여지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울 힐튼호텔에 남아있는 IMF 협상단은 당초 이번주중 한국을
떠날 예정이었으나 한국의 환율 불안 상태가 심각한데다 정치권의 IMF
재협상 발언 등이 지속되자 향후 상황을 좀더 지켜 보기로 하고 일단 다음주
까지 국내에 머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IMF 협상단은 정부가 최근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 금융시장 안정대책
내용과 외환부분 각종 자료 등을 수시로 정부에 요구, IMF 협상안에 위배
되는지를 정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MF 협상에 참여중인 재경원 관계자는 "앞으로 본격화할 협상의 순조로운
진행을 고려할때 정치권의 재협상 발언은 정부 입장을 더욱 곤혹스럽게 할
것"이라며 "일단 IMF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고 구체적인 추진일정 등을 놓고
조정하는게 현재로서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