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장기외화차입이 좀체 성사되지 않고 있다.

국내 은행중에선 조흥 신한 서울 산업은행 등이 그간 해외차입을 진행해
왔다.

조흥은행은 해외보험사의 보증을 받아 ABS(자산담보부증권)발행 방식으로
5억3천만달러의 차입을 추진하고 있다.

조흥은행은 국내외에서 취급한 차관단대출자산을 리보(런던은행간 금리)+
0.2% 수준으로 팔고 보험사에는 0.3% 안팎의 수수료를 낼 예정이다.

서울은행과 신한은행도 매입외환을 주로 매각, 12월중에 각각 2억달러를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서울은행은 차입규모의 1백20%에 해당하는 매입외환을 대주측에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뉴욕에서 20억달러의 사모사채 발행을 위해 JP모건사를 주간사
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국민은행은 2억달러규모의 크레딧라인(여신공여한도)을 확대하기
위해 현재 사우디상업은행(NCB)과 접촉하고 있다.

이들 차입은 IMF구제금융을 전후로 시장에 나간 것이기 때문에 성사가능성
을 놓고 국내외의 큰 관심을 끌고 있지만 잇단 돌발변수로 차입이 지연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전부 악재밖에 없다"며 "기존에 발행한 채권의 가격도
이번주 3일간에 걸쳐 1백bp(1%포인트)이상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이에따라 20억달러의 사모사채 발행을 중단한 상태다.

무디스가 11일 31개 국내은행및 기업체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나, 국내 외환시장의 시스템이 마비된 것, 정치인들의 "IMF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재협상" 발언 등이 대표적인 악재.

사실 IMF의 자금지원이 확정되면서 국내은행들의 해외차입도 재개되는게
아니냐는 기대섞인 전망들이 나왔었다.

때마침 신한은행은 지난 2일 영국 바클레이즈은행과 1억달러규모의
외화자금을 도입하기로 합의했으며 수출입은행은 지난 5일 2억달러규모의
뱅크론 도입계약을 체결했다.

차입금리도 양호해 수출입은행은 리보에 0.8%를 더한 수준, 신한은행은
리보에 0.6%~1.25%를 가산한 수준에서 형성됐다.

그러나 이같은 차입물꼬는 돌발악재로 인해 다시 차단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계는 우리정부에 대한 해외투자가들의 신뢰회복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외환위기에 대한 신속한 대응및 정치권의 자중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