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높이는 등 경영권 방어에 본격
나서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내년부터 외국인들의 적대적 M&A
(인수.합병)가 사실상 전면 허용됨에 따라 경영권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 <>자사주 매입 확대 <>합작사 자본참여 유도 <>우호적
기관투자가 확보 등 방어수단을 앞다퉈 마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자사주 매입 운동을 벌이는 등 경영권 방어가
전사 차원으로 확대되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대한항공 임직원 1만7천명은 이날 12월분 상여금 1백% 전액인 2백억원을
모아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대한항공은 시가를 감안할 때 2백70만주를 살 수 있어 약 5%내외의 지분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그룹도 앞으로 소유분산이 잘돼 지분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계열사의
경우 자사주 매입을 적극 확대해 경영안정성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이에 앞서 한화바스프우레판을 독일 바스프사에 매각하고
대신 바스프사가 한화종합화학에 자본참여할 것을 제의해놓은 상태다.

한화는 한화에너지와 한화증권 등의 경우도 합작선 등 외국우호세력의
지분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LG그룹은 최근 외국인들의 적대적 M&A로부터 계열사를 보호하기 위해
각 계열사별로 우호적인 기관투자가를 확보할 것을 지시했다.

LG 관계자는 "임원의 임기만료시기를 분산해놓고 임원수 상한제를 정관에
명기하는 등 적대적 M&A에 대비한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이처럼 앞다퉈 경영권 보호에 비상을 걸고 있는 이유는
내년부터 외국인 M&A가 전면 허용됐지만 국내 기업들은 <>자사수 취득한도
<>총액출자한도 제한 <>상호출자금지 등 규제에 묶여 안정적인 지분율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현재 6백88개 상장회사 가운데 최대주주 등의 지분이 50%를 넘는
기업은 5%에 불과한 상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외국인들에게만 적대적 M&A가 허용됨에 따라
국내 소유분산우량기업들의 경영권이 공격대상이 됐다"며 "출자총액한도제한
등을 풀어주지 않으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노력이 성공할 수 없을 것"
이라라고 말했다.

<권영설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