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융사로서 정상영업을 할수 있는 곳은 사실상 13개사 밖에 남지
않았다.

영업정지와 외환영업 양도라는 구조조정 칼날에 맞은 종금사가 17개사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국 30개사 가운데 절반이 넘는 종금사가 시장에서의 퇴출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 종금사가 모두 파산처리 될지 속단하기엔 이르다.

재경원도 "폐쇄보다는 자구를 지켜본뒤 여의치 않으면 인수합병을 통해
살아남게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신용도가 생명인 금융업에서 영업정지라는 "낙인"이 찍힌 만큼
회생의 끈을 잡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현재까지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해 살아 남은 종금사는 한국 한불 아세아
현대 한외 새한 등 기존 6개 종금사와 동양 제일 등 2개 서울소재 전환
종금사, 경수 금호 울산 LG 대구 등 5개 지방 전환종금사들이다.

6개 기존 종금사는 경쟁력을 갖춘 역외금융을 발판으로 증권업을 겸업하는
투자은행으로의 전환을 꾀할 전망이다.

대부분 외국 금융기관과의 합작사인데다 주요 금융기관 또는 국내 대그룹을
대주주로 하고 있고 부실이 상대적으로 적어 이같은 변신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IMF 요구에 따라 합작금융기관이 현지법인으로 전환할수 있게 돼
귀추가 주목된다.

나머지 7개 전환종금사 가운데 동양 제일 등 서울 소재사는 단기자금중개
업무를 발판으로 업무를 확장한다는 복안이다.

CP업무가 은행에 개방되더라도 은행들이 신용대출에 취약한 만큼 영업정지
된 종금사가 차지한 시장몫까지 감안하면 CP업무의 수익성이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동양종금은 지방은행을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5개 지방 전환종금사중에서는 LG종금 등 대기업계열을 제외하곤 자본력이
떨어져 지방은행 등 타 금융기관과의 자발적인 M&A(인수합병)에 참여하거나
스스로 퇴출할 가능성이 높다.

추가로 영업정지 당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따라 종금업계는 빠르면 내년 상반기 극심한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기존 6개사와 지방의 3~4개 서울및 지방소재 전환종금사 등 9~10개사만이
종금사라는 간판을 내걸고 종금업계의 명맥을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대부분 역외금융 등 특화된 업무를 찾아 나설 것으로 보여 리스역외
금융 단기자금중개 등 말 그대로 종합금융영업을 하는 종금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