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3일 연속 상한선까지 치솟는 폭등세를 연출중이다.

은행에서 달러화를 매입하는 고객들은 이제 "달러당 1천6백원시대"를
맞이했다.

외환시장은 10일 문을 연지 40분만에 거래가 중단됐다.

환율이 변동상한선인 1천5백65원90전에 도달하자 달러를 내놓겠다는 세력이
자취를 감춘 탓이다.

지난달 20일 환율 변동폭이 상하 10%로 확대된 이후 거래가 중단되기는
처음이다.

<> 시장상황 =변동폭이 넓어진 탓에 환율은 수직에 가까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11일 적용되는 매매기준율은 1천5백63원60전.

지난 8일(매매기준율 1천2백20원40전)이후 하루에 꼬박 꼬박 1백원씩 오른
꼴이다.

은행들은 환율 급등세를 반영, 이날 세차례나 달러화 현찰 매도율을 조정해
1천6백11원95전으로 고시했다.

이날 거래된 환율 최고치는 가격변동폭 확대 직전의 1천35원50전보다
5백30원40원이 높은 수준.

변동폭 확대이후에만 원화가치가 33.9%나 절하된 것이다.

<> 부작용 ="환율 1천6백원시대"는 곳곳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해외에 정기적으로 달러화를 송금하는 사람들로서는 앉은 자리에서 지난해
의 2배 가까운 부담을 지게 됐다.

지난해말 환율(매매기준율)이 8백44원20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연말에 달러화 결제가 불가피한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정유 항공등 달러화 차입이 많은 업종들은 차입이자 부담에다 환차손
까지 이중 부담을 져야 한다.

경제전반이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들 업종은 말그대로 삼각파도를
맞은 셈이다.

금융계도 환율이 오르면서 외화자산이 증가, BIS(국제결제은행)의 자기
자본비율을 맞추기가 더욱 힘들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환율이 더이상 오르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경제주체들이 떠안아야 할 부담의 강도가 더욱 높아진다는 얘기다.

<> 왜 오르나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달러화 공급자체가 막힌 상태여서
조금만 결제수요가 발생해도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 바닥엔 심한 불안심리가 깔려 있다.

거래도 없이 환율만 오르는 이상현상이 빚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통화기금(IMF) 자금유입 스케줄이나 외화차입난을 감안할 때
환율 예측은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금융시스템 불안정이나 기업부도등의 징후도 이어지고 있어 불안심리가
팽배, 시장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는 양상이다.

외환보유고가 많지 않아 외환당국도 시장개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차피 해외차입등이 안되는 상황이라면 증시나 채권시장 개방확대조치와
함께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신뢰감을 되찾을 수 있는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외환딜러들은 밝히고 있다.

< 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