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발표한 금융시장안정대책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정책방향과
대책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체로 비판적인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외환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번
대책에서 빠져 있는 외환시장안정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지적
하면서 종금사들의 외환수요에 대해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추가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금융시장의 불안은 금융기관간및 정부에 대한 불신이 해소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큰 요인이라고 지적, 이제라도 정리대상 금융기관을
조기 선정, 솎아내고 영업정지명령을 받은 종금사에 콜자금을 지원한
은행권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효성있는 지원 등을 당부하고 있다.

각계 전문가들의 진단과 대책을 요약,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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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 / 자금 ]]]

<> 김태일 전경련이사 =현재 상황은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것 없이 몇개나
살아 남을수 있을까 우려해야할 정도로 심각하다.

IMF 구제금융으로 대외신인도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됐지만 오히려 금융기관
과 기업 모두 흑자도산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0일 정부대책은 응급처방으로선 의미가 있지만 잦은 응급처방은 약효가
떨어지게 돼있다.

금융시장 전체의 불안심리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종합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알려
줘서 경제주체들에게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지난번 9개 종금사를 영업정지시킬 때만 해도 은행의 콜자금지원이 막히고
예금주들의 인출사태가 벌어지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극도로 경색되는 등
부작용만 낳고 말았다.

금융시장안정대책이 도리어 금융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꼴이다.

따라서 정부는 은행 종금사 증권사 등 금융기관 정리에 관해 명확한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정리할 금융기관들은 빨리 정리하고 나머지는 확실하게 지켜 주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소문에 의한 불안심리를 해소할수 있다.

이와함께 BIS 기준을 맞추기 위해 돈을 돌리지 않고 있는 은행권을 안심
시키려면 부실채권 등 위험자산을 경감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금융상황이 공황으로까지 치달은데는
정부가 부실금융기관에 대해 적기에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은 탓이 크다.

예를들어 예전엔 5개사만 업무정지를 해도 되는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10개사를 업무정지시켜도 시장을 회복시키기 어렵게 됐다.

부실금융기관을 하루빨리 솎아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시적인 아픔이 있겠지만 환부를 과감하게 도려내야 한다.

금융안정을 위해 추가적인 업무정지 조치가 필요하지는 않은지 검토해 봐야
한다.

5개 종금사에 업무정지 조치를 취하면서 왜 외화부채를 상환할 수 있도록
해줬는지 이해가 안된다.

외화자금난이 심각한 종금사일수록 끌어올 외화가 없다는데 현재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외화부채동결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어차피 금융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정부가 자꾸 인위적으로 개입할 필요없다.

시장기능에 맡기고 퇴출할 수 있는 길은 열어 줘야 한다.

IMF의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이정도는 예상했지 않나.

시장에 쓸데없는 낙관을 심어주는 것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금리도 시장에 맡겨놓는게 좋다.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니까 금리도 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국투자가들 사이에서 뿌리깊게 자리잡은 정부정책의 불신감을 하루빨리
제거해야 한다.

<> 유동수 한미은행 자금팀장 =이번 금융시장 안정대책에도 불구, 은행권
에서 제2금융권으로 자금이 즉시 환류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영업정지 명령이 내려진 종금사에 대해 구체적인 결말이 나기 전까지는
해결의 실마리를 풀기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이번에 영업정지 명령을 받은 종금사의 CP 만기도래분을 연장하는 것은
은행권이 운용자금의 회수 지연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할때
실현가능성은 미지수다.

이에따라 종금사에서 추심, 회수한 자금은 해당은행에 지급하고 아직
만기가 안된 CP는 은행에 넘겨 해당 은행에서 회수 또는 연장하도록 하는
보완대책이 필요하다.

영업정지된 종금사에 콜자금을 지원한 금융기관에 대한 한은의 지원도
기존대로 RP방식으로 이뤄진다면 은행권의 담보제공여력이나 종금사의
콜자금회수 등이 불투명한 만큼 실효성이 떨어질수도 있다.

따라서 어려움은 있겠지만 한은의 신용RP방식을 통한 지원이 바람직하며
유동성의 원활한 환류를 위해 콜운용시의 리스크를 해소할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와함께 금융권내에서도 고객의 불안심리를 해소하고 유동성을 확보할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 외환시장 ]]]

<> 홍명식 스탠다드차터드은행 부지점장 =현재 외환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수요가 절대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외화유동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연말 결제수요에 비춰 발등에 떨어진 불은 2백억달러 이상이다.

IMF자금 유입 스케쥴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외환시장의 안정세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환율은 우리나라 구매력과 비교하면 훨씬 저평가된 수준이며 1천5백원
까지 치솟을 이유도 없다.

그러나 달러화 공급여력이 막혀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공급이 없으니까 가격결정이 안되고 있다.

결제를 못하면 바로 해외 부도인데 원화자금력이 있다면 달러화를 사들일
수 밖에 없다.

환율상승은 당연한 이치다.

이제는 건실한 기업들도 외화자금난탓에 부도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단기적인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고 본다.

다만 IMF구제금융을 택했다면 외교채널을 통해서 더빨리 자금이 들어 올 수
있게 해야 한다.

체면보다는 국익을 먼저 생각할 때라고 본다.

기업체들에게 외화예금에 넣어둔 달러화를 팔라고 할 상황도 아니다.

공급이 없는 상태에서의 환율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환율예측을 요청해도 해주지 않고 있다.

외국인 투자한도가 확대돼도 10%씩 환율이 오른다면 유입되는 자금은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IMF 지원과 관련, 다시 협상을 하겠다는 정치권의 발언은 매우 안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해외투자자들로부터 불신을 사 가뜩이나 어려운 해외차입을 아예 원천
봉쇄하는 소지가 될 수 있다.

<> 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최근의 금융시장 혼돈상태는 경제
주체간의 신뢰감 상실과 불안한 금융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이번 대책에 부분적으로 예금자보호, 악성종금사 영업정지 등의
노력이 있으나 근본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의 대책은
정책의 악순환만 되풀이할 뿐이다.

정책의 우선순위도 잘못됐다고 본다.

지금의 금융혼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외환시장부터 안정돼야
한다.

그래야 외국인들이 이번 한도확대로 국내 주식시장에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게 되고 종금사를 비롯한 금융기관의 심각한 외화부족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해 경제생활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예금인출이 전 금융기관으로 확산되면 IMF조건도 이행하기 전에 국가가
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예금에 대한 원리금보장을 다시 한번 재천명해야 한다.

문제가 되는 종금사의 거래어음은 재정에서 융통해서라도 해결해 줘야 한다.

금융산업 재편도 대책만 요란했지 가시화된 것이 별로 없다.

부실채권 매입기금 조성, 예금보험기금 확대 등은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

외환시장 안정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종금사의 선물환 매도물량에 의한
외환수요로 가뜩이나 외화공급이 부족한 외환시장의 기능을 망가뜨리고 있다.

종금사들의 외환수요는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형태로 왜곡된 시장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

<> 문성진 산업은행 딜러 =외화유동성 위기가 신용위기로 이어져 시스템
마저 가동되지 않는 외환시장이 이번 안정대책에서 빠져 안타깝다.

9개 종금사에 이어 5개가 추가로 영업정지를 당해 시장 사정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영업정지당한 종금사들의 외환거래분에 대한 해결책이 뒤따르지 않아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되고 있다.

매도호가보다 매수호가가 높게 나와 환율급등을 부추기는 경우 등이 그것
이다.

게다가 금융산업 구조조정과 맞물려 환율 불안심리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에서 지원받은 차입금 상환자금은 향후 구조조정때 불리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결사적으로 확보하는 탓에 환율
오름폭이 커지고 있다.

외환시장의 붕괴양상이 지속되면 외화자금난은 더욱 심화된다.

해외차입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외국인들의 주식.채권투자라도 유도해야
하는데 환율이 오르면 환차손 우려탓에 외국자본 유입을 기대하기 힘들다.

종금사들의 기존 외환거래뿐 아니라 향후 결제에 대해서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또 차입금 상환을 위한 수요가 시장에 유입되지 못하도록 차단벽도
갖춰져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