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상구 감전동의 (주)대동기전.

이 회사 공장은 근로자들의 열기로 가득차 있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육묘용 자동파종시스템을 개발, 외국 제품을 몰아냈을
뿐만 아니라 외국 수출에 나서는 등 회사가 성장가도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올해 매출은 20억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

지난 95년의 10억원대에 비해 2배이상 늘었다.

내년 목표는 최근 주문 쇄도로 올해보다 50%나 늘려 30억원으로 설정했다.

이처럼 회사가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오태한(52) 사장의 선견지명과
노력이 크게 기여했다.

지난 90년 공장자동화용 컨트롤러 생산으로 문을 연 이후 농산물 국내시장
개방 등을 예상하고 농기계 개발에 눈을 돌린 것이 오늘의 기반 구축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자동파종시스템 개발은 처음부터 순조로운 것은 아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이 작업은 국내에선 개발해본 경험이 없는데다 금융기관
에서조차 인정해주지 않는 외로운 사업이었다.

특히 다양한 형태의 종자를 파종구멍에 한알씩 넣어주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오사장은 수소문끝에 경상대 박중춘 교수를 찾아 "농업분야의 신기술개발에
힘을 모아보자"고 제의했고 결국 연구회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3억5천만원의 개발비를 조달하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사채까지
이용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마침내 국산1호 개발에 성공, ''핼퍼''라는 이름으로 발명특허를 출원하고
공업진흥청 신기술마크인 NT마크를 획득하자 주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제품은 2백개의 셀 단위로된 파종판에 흙을 채우고 이곳에 종자를 넣은
뒤 물도 주고 파종도 함께 하는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설비로 시간당
4만개의 종자를 연속 처리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시스템이다.

가격도 한대당 3천6백만원대에 불과해 1억2천만원대에 달하는 네덜란드
제품을 물리치고 국내시장에서 독보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일본시장에 1억원어치를 첫수출한데 이어 올해부터 미국
캐나다지역으로부터도 주문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농업근대화 작업을 추진중인 중국도 이 기계에 관심을 갖고 있어
내년 상반기부터 수출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농업이 IMF사태로 본격적인 무한경쟁시대로 들어선 지금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길은 영농의 기계화와 자동화밖에 없습니다.

우리 영농실정에 맞는 장비를 개발해 나가겠습니다"

오사장의 당찬 각오다.

< 부산=김태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