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종합금융사 발행어음에 대해 지급연장을 거는 일이 잦아지면서
종금사의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 8일 결제자금 2조원을 막지 못한 8개 종금사의 발행어음에
대해 다음날인 9일로 상환시기를 연장조치했다.

하루만 부도를 유예해 준 셈.지난주 후반부터 제때 결제자금을 못막는
종금사가 늘면서 그동안 반복돼 온 종금사 어음에 대한 연장조치가 금주
들어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문제는 은행과 종금사사이에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발행어음에 대해 연일 지급연장이 걸리자 일시 여유자금을 종금사에
맡기려던 기업들이 이들 종금사를 외면하는 등 수신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기업은 자금스케줄상 종금사에 1일만기의 예금을 맡기는 일이 다반사다.

이때 기업은 종금사 발행어음을 받고 거래은행에 이를 입금시킨뒤 하루
뒤에 예금을 되찾는다.

그러나 발행어음에 대해 지급연장이 걸린 동안에는 지급이 거절당하기
때문에 일시여유자금을 맡기려는 기업들이 이들종금사를 찾을리 없다.

은행들이 종금사 발행어음에 지급연장을 거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을 떼이지 않기 위해서다.

오후 2시30분까지도 결제자금을 막지 못한 종금사에 연장을 걸지 않으면
은행은 종금사가 결제능력이 있다고 인정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에따라 종금사 발행어음이 교환 회부되면 돈이 지급된다.

물론 은행 돈으로 지급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때 종금사가 만일 부도처리되면 은행은 지급한 돈을 고스란히
떼이게 된다.

과거에는 종금사가 결제시간을 넘기더라도 은행들은 연장을 걸지 않았다.

"금융기관 (종금사) 부도는 있을리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고려증권 부도로 금융기관 부도가 현실화 되고 있는데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증폭, 종금사에 대한 지원금을 지급보장하겠다는 정부 약속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은행전체에 확산돼 있다.

결국 정부와 금융기관, 은행과 종금사간 불신이 자금의 최종결제 역할을
하는 은행으로 하여금 종금사 어음에 연장을 걸게 하고 이는 또다시 종금사
부족자금을 불어나게 해 지금의 금융시장 대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