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국주재 경제단체 대표가 우리 경제의 위기상황은 정부의
금융개혁이 너무 지연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해 눈길을 끌고 있다.

마이클 브라운 주한 미상의회장은 9일 오전 전경련 최고경영자과정
월례조찬회에서 "외국인의 관점에서 본 한국의 정부정책, 금융개혁,
기업형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 수개월간 동남아 화폐가
평가절하되면서 구매력이 저하되는 등 이 지역의 산업구조가 급변했는데도
한국정부가 이를 너무 간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혁의 속도는 국내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환경에 의해 좌우되는데도 한국정부가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위기를
불렀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시장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불안정한 단기자금으로
장기투자를 해온 것도 금융시장을 불안케한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브라운 회장은 한국이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측면에서 우선
경제개혁의 촉진과정중 정치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획기적 금융개혁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IMF와 경제개혁에
공동보조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업은 자신의 핵심사업에 주력하되 부동산이나 사업체의 매각에
있어서는 개인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에 빨리
처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금융기관들이 한국경제의 장래에 대해 희망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만큼 한국기업체는 80년대초 미국의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했던
고도의 구조조정을 통해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브라운 회장은 이날 "외국투자자들이 한국에서 바라는 것은 변화와
투명성"이라며 "이 시점에서 금융실명제를 수정한다면 외국투자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는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을 비롯 1백50여명의 경영자들이
참석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