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이라고 내놓는 것을 보니 그동안 어떻게 해서 (경제가) 이 지경이
됐는지 알만합니다"

정부는 지난 8일 청와대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수출업계의 자금난을 덜어
주기 위한 대책을 몇가지 내놓았지만 무역업계는 한마디로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반응이다.

이 회의에 앞서 지난 3일부터 긴급대책으로 발표한 수출신용장담보 대출
이라는 것도 시행된지 1주일이 지나도록 일선 은행창구에선 거의 통하지
않고 있다.

재경원과 한국은행은 "수출금융경색을 푸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색을 냈었지만 수출업체들은 "효과는 커녕 하나마나한 대책"이라고 푸념
하고 있다.

은행들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느라 행원가계대출마저
차단하는 판국이다보니 "수출신용장 담보가 웬말이냐"는게 대부분의 은행
창구 반응이라는 것.

지방공단의 무역업체들은 "심지어 제도시행 자체를 모른다고 발뺌하는
은행점포들도 있다"면서 "차라리 발표하지 않았으면 기대라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수출착수금과 선수금에 대한 규제완화도 마찬가지다.

종합상사들은 하나같이 "한국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해외바이어들이
기존거래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금이나 착수금제도의 적극 활용"
이란 공념불에 지나지 않는다"며 정부대책의 비현실성을 꼬집었다.

"수출신용장을 한국은행에서 재매입해주거나 수출보험의 부보대상을 대폭
넓혀 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의 비율을 낮춰 줌으로써 우선 시중은행의 BIS
강박을 덜어 주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이렇게 정책훈수를 둔 자동차부품수출업체를 경영하는 K사장은 ""결자해지"
라 싶어 그래도 재정경제원 등 정부에 기대했었는데 차라리 업계가 대책을
세우는 것이 낫겠다"고 비꼬았다.

이동우 < 산업1부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