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호텔 만찬이 다 뭐냐"

경기불황에 이은 "IMF 한파"가 경제단체에도 몰아치고 있다.

한달여를 남겨둔 시점에서 내년 신년하례식을 취소하거나 행사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각급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들은 내년 사업예산을
긴축 내지 마이너스 규모로 짜면서 그동안 관례적으로 치러왔던 신년하례식을
없애거나 사무국 행사로 간소화하기로 했다.

새해가 시작하자 마자 수백만~1천5백만원의 비용이 드는 행사를 갖는 것이
부담스러워서다.

석유화학공업협회는 매년 1월 7,8일께 갖던 신년하례식을 취소키로 했다.

이 협회는 그동안 회원사 관계자 2백여명을 초청해 호텔에서 만찬형식으로
신년하례식을 가져왔다.

행사 취소로 절감하게 된 돈은 1천3백여만원.

내년 예산의 1% 가까운 금액이다.

전자산업진흥회도 1천6백여만원이 드는 신년하례식을 갖지 않을 계획이다.

형식적인 인사회에 거금을 쓰는게 부담스러울 뿐더러 요즘 분위기 같아선
초청장 보내는 것 조차 낭비라는 판단 때문이다.

내년부터 신년하례식을 갖기로 했던 석유협회도 회원사들이 환차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스런 행사라고 판단, 신년하례식을
취소키로 했다.

섬유산업연합회와 철강협회는 아직 취소 여부를 결정치 않았으나 사무국
행사로 간소하게 치르는 것으로 방침을 굳혔다.

이밖에 자동차공업협회 항공우주산업협회 의류산업협회 등도 비용절감
차원에서 별도의 신년하례식은 갖지 않기로 했다.

업종별 협회 뿐 아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신년하례식을 갖는 대한상의를 빼고는 전경련 무협
경총 기협중앙회 등 규모가 큰 경제단체들도 모두 신년하례식을 갖지 않고
사무국 시무식으로 새해를 열기로 했다.

모협회 관계자는 "올해 회비수입이 지난해보다 20% 줄었다"며 "앞으로
2,3년간은 새로운 일은 절대 벌일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