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계에는 기아자동차와 한국정부가 처한 상황이 닮았다는 얘기가
화제다.

기아자동차와 한국정부가 어려진 과정이나 해결과정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첫째 무리한 확장.

기아그룹은 자동차전문그룹으로서도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등과 경쟁하기
버거운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건설업체인 기산을 세우고 특수강업체인 기아특수강의 사업확장을
강행했다.

내실다지기는 외면했다.

한국정부는 1년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선진국이 됐다고
자화자찬하기에 바빴다.

외채가 늘고 거의 모든 기업들이 주력업종 이외로 손을 뻗치고 있는데도
정부는 업종전문화를 유도하는데 실패했다.

둘째 상황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기아그룹은 자동차산업과잉우려속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고루한 경영체제를 바꾸지 못했다.

모든 직원이 주인이라면서 온정주의에 연연했다.

한국정부는 국경이 없어지면서 날로 격화되고 있는 국제경쟁에 살아남을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셋째 단기자금에 지나치고 의존했다.

기아그룹부 채의 60%가 단기자금이었다.

정부외채의 60%도 단기외채였다.

경제가 좋을때 문제가 안됐던 단기부채는 상황이 악화되자 기업과 정부를
위협하는 칼날이 돼버렸다.

넷째 어려워진 이후 처리가 늦어졌다.

기아처리는 화의네 법정관리네 하면서 3개월을 끌었다.

정부는 외환상황이 최악의 수렁으로 빠졌는데도 경제의 기본체질이
괜찮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을 지원받는 시기를 놓쳐 마지막에
백기투항하는 꼴이 됐다.

기아는 달라지고 있다.

기아그룹의 최고경영자였던 김선홍 전회장은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임원 30%도 회사를 떠났다.

기아 전직원은 보너스를 반납했다.

새차도 9종이나 내놨다.

국민들도 바뀌고 있다.

호주머니속의 1달러를 꺼내 예금하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제 정부차례다.

고광철 < 산업1부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