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그룹의 부도로 완성차업계와 자동차 협력업체는 물론 중공업 건설
협력업체등 수많은 기업들의 연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경부고속철도 서해안고속도로 인천신공항 건설사업 등 일부 국책사업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한라그룹의 좌초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곳은 완성차업계와
한라계열 자동차부품업체에 납품을 하는 협력업체들.

만도기계는 현대 기아 쌍용자동차 현대정공 대우중공업 등 완성차업체에
핵심부품을 공급해 연간 1조5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국내 최대의 자동차
부품회사다.

완성차업체들은 만도기계에 대한 의존율이 높은 데다 화의신청에 따라
중소 협력업체들이 만도기계에 대한 부품공급을 중단할 경우 곧바로 라인
가동이 중단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한라공조 한라일렉트로닉스 캄코 등 법정관리나 화의 신청대상에서
제외된 다른 한라 계열부품업체가 자금난으로 조업에 차질을 빚을 경우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는 현대그룹의 현대자동차와 현대정공
이다.

현대자동차는 만도기계 한라공조 등으로부터 브레이크 쇼크업소버
라디에이터 조향장치 에어컨 등 연간 9천억원 가량의 핵심부품을 공급받고
있으며 현대정공도 같은 품목을 연간 6백억원어치 가량 납품받고 있다.

현대의 경우 한라계열사가 공급하는 부품 의존율이 거의 1백%여서 한라의
조업차질은 곧바로 현대의 차생산 중단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기아자동차도 승용차 전차종의 모터류와 승용차 에어컨을 전량 만도기계와
한라공조로 부터 받는 등 연간 1천3백억원 가량을 납품받고 있어 현대만큼
이나 불안을 느끼고 있다.

특히 기아는 법정관리 신청이후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부품 재고를 1주일치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여서 한라사태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대우중공업은 대형트럭의 조향장치와 쇼크업소버 부품을, 쌍용자동차는
에어컨 모터류 등을 각각 납품받고 있으며 이들 업체 역시 의존율 1백%인
상태다.

한라그룹에 부품을 공급하는 자동차부품업체들도 타격은 심각하다.

만도기계만 해도 1,2차 협력업체가 1천여개에 달하며 한라공조도 3백여개
업체가 목을 걸고 있다.

이들 업체는 당장 한라로부터 받은 어음의 할인 등이 어려워져 곤란을 겪을
것으로 보이며 만도기계 등이 조업에 차질을 빚을 경우 연쇄부도 위기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의 방침을 세운 한라건설의 경우도 현재 진행중인 공사가 다소간의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한라는 최근 안양과 파주에서 분양한 2천6백여 가구의 아파트 등 모두
5천5백여 가구분을 건설중에 있으며 오피스텔도 2곳 1천3백여실을 공사중
이다.

또 경부고속철도등 국책사업을 포함해 모두 70여개소에서 공사를 수행중
이다.

중공업도 당분간은 선박건조등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지만 1천4백여 협력
업체의 어려움은 불가피하며 수주된 선박의 납기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