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주)에스피시시스템스.

이 회사 작업장에 들어서면 최고의 작업용 갠트리로봇을 만들겠다는
근로자들의 의지가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다.

국내 유일의 갠트리 로봇전문제작 중소업체인 이 회사의 올해 성적표는
1백20억원.

지난 94년에 올린 매출 52억원에 비해 4년만에 배이상 성장한 것이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불황을 모르고 달려오고 있는 저력에는 심상균(47)
사장의 사업전망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이익은 반드시 종업원과 함께 나눈
다는 경영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에스피시스템스란 사시인 ''초전문, 초성취, 초전진''의 영문 이니셜 S,P를
따붙인 이름.

심사장의 경영에 대한 진취적인 마인드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것이다.

한때 삼성에 몸담았던 그는 산업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자동화 로봇분야가
최고의 유망산업이 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만해도 중소기업이 대형 산업용 로봇을 생산하기는 기술력이 전무해
하늘의 별따기였다.

기술력과 사후조치를 못미더워 한 대기업들은 선뜻 구매에 나서지 않아
적잖은 시련도 겪었다.

심사장은 백방의 수소문끝에 핀란드를 수차례 오가며 지난 88년 세계
최고의 로봇 생산 기술력을 가진 CIM사와 갠트리로봇 개발기술제휴를 맺고
생산에 들어갔다.

초기에는 로얄티를 주었으나 지난해부터 2t이상의 무거운 제품의 이동과
열악한 환경에서도 사용이 편리하고 50m 이상의 장거리 이송도 가능한
로봇을 개발했다.

제품의 표준화도 성공, 부품의 호환성도 갖췄다.

이 덕에 현대, 대우자동차, 삼성, LG전자 등이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1억원을 호가하는 갠트리 로봇제품을 구입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미국, 인도네시아 등지에도 수출을 시작, 국제적인 신뢰도 쌓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기술개발투자에 역점을 두고 있다.

"앞으로의 생존여부는 기술력에 있는 만큼 현재 매출액의 5%정도를 투자
하고 있는 기술개발비를 오는 2000년에는 10% 이상으로 늘여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는게 심사장의 신념.

우선 연구소도 설립, 로봇 응용분야에 대한 연구에 본격 나서기도 했다.

특히 지난 4년간 매년 남은 이익중 4백% 성과급을 추가로 배당, 대학원과
야간대학에 다니면서 연구하라고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에스피시스템스는 연말까지 로봇소재부문의 개발을 끝마치고 내년부턴
명실공히 우리 기술과 재료로 로봇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근로자와 늘 함께한다는 각오로 이제부턴 초성장보다는 전통있는 세계적인
회사로 발돋움해 나가겠습니다"

심사장의 각오이다.

<부산=김태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