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종합금융사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되나.

청솔종금은 이달말까지 경영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곧바로 인가취소된다.

파산절차를 밟아 문을 영원히 닫는 것이다.

청솔은 현재로선 경영정상화가 불투명해 사실상 폐쇄명령을 받았다고
금융계는 보고 있다.

나머지 8개사는 일단 이달말까지 경영정상화계획을 내야 한다.

이의 실현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내년초 곧바로 인가 취소된다.

여기서 살아남더라도 증자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자구노력을 내년
3월말까지 추진하다 실패하면 파산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이들 종금사의 앞날은 대주주의 자본력에 따라 다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솔 쌍용 신세계종금 등 대기업 계열사들은그룹의 지원으로 일단 증자를
통해 생존을 시도할 전망이다.

한솔그룹 재정팀장 이연희 이사는 "증자로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내용의
자구계획서를 제출할 계획"이라면서 "그룹 차원에서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까지도 지원할 여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한솔그룹은 2일 오전 긴급임원회의를 통해 이같은 자기자본 확충 방침과
함께 부산 중구 중앙동에 위치한 한솔종금 본사 건물도 처분하기로 했다.

쌍용과 신세계종금도 그룹의 증자 지원으로 회생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쌍용그룹의 경우 자금사정이 썩 좋은 편이 아니어서 계열 증권사
와의 합병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중이다.

영업정지를 받은 종금사 가운데 증자 여력이 적은 비 대기업계열 종금사들
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살길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경남종금은 대주주인 성원토건이 대주주로 있는 한길종금과의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양사 모두 외환영업 정지명령을 받은 바 있어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성사여부는 불투명하다.

고려종금도 계열금융기관으로 고려증권을 두고 있으나 양사 모두 부실이
적지 않은 수준이어서 합병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고 증자여력도 크지 않아
진로가 안개속에 있다.

경일 삼삼 항도종금 등도 대주주의 자본력이 취약해 타금융기관과의 합병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증자및 자구노력이 한계에 부닥치는 종금사들은 결국 생존을 위한 몸부림
으로 인수합병 카드를 꺼낼 것이고 부실종금사의 프리미엄 폭락으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파산의 길을 가야 되는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가 경영정상화에 실패한 종금사를 모두 파산시킬지는 의문이다.

은행과의 짝짓기를 통해 인수합병시키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이 덜하기 때문이다.

이미 이번에 영업정지 당한 9개사 가운데 4개사는 외환업무를 양도하라고
지정받은 은행이 있다.

경남종금은 산업은행, 경일종금은 한일은행, 고려종금은 기업은행,
삼삼종금은 조흥은행으로 외화자산 부채를 일괄 양도하라는 정부 지시가
떨어져 있는 상태다.

이번에 만들어진 짝짓기가 원화영업 부문으로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오광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