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를 받은 9개 종합금융사의 선정기준에 금융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휘두른 금융기관 구조조정의 칼날에 희생될 ''살생부''
리스트의 첫잣대라는 점에서 그렇다.

영업정지를 당한 부산소재 모종금사 관계자는 "1일 밤에도 3천억~4천억원을
못막아 정부도움으로 부도위기를 넘긴 종금사가 수두룩한데 왜 우리 회사가
포함됐는지 모르겠다"며 대상 선정기준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정부는 선정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재무상태및 경영이 건전치 못해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어렵고 최근에는
예금인출사태가 발생, 금융시장 불안의 주요인이되고 있는 종금사들이라고만
설명하고 있다.

이번에 영업정지된 9개사 가운데 사실상 폐쇄조치된 청솔종금은 오래전부터
정리대상 영순위로 꼽혀 왔다.

올해초 대아건설에 팔렸다가 부실이 많다는 이유로 신용관리기금의 관리를
다시 받고 있을 정도다.

청솔종금은 자기자본이 9월말 현재 마이너스 1백65억원으로 자본이 완전히
잠식된 상태다.

특히 무수익 여신이 총여신중 40%인 2천1백61억원에 달해 부실이 심각한
수위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나머지 8개사의 선정 근거다.

우선 외화부문 부실이 대상 선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외환영업을 하지 않는 청솔을 제외한 8개사 가운데 쌍용과 항도를 제외한
6개사가 모두 정부로부터 외환개선 명령을 받은 곳이다.

6개사중에서도 경남 경일 고려 삼삼종금 등 4개사는 외화부실에 대해 자체
해결능력이 없다고 판단돼 정부로부터 외환업무 정지명령까지 받은 상태.

영업정지 당한 이들 종금사의 총외화부채는 17억2천4백만달러로 적지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외화부실만이 이번 선정 기준의 전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 외환개선명령을 받은 종금사는 모두 12개사이다.

이중 절반만 이번에 영업정지를 당한 셈이다.

게다가 외환영업정지까지 받은 대한 영남 한길 삼양종금등 4개 종금사는
이번에문 닫는 대열에서 빠졌다.

대상 종금사 선정에는 물론 원화부문 부실도 함께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9개 종금사 모두 무수익여신이 자기자본을 까먹고도 남을 정도로 많다.

무수익여신 대비 자기자본비율이 1백45.35%(한솔종금)에서부터 마이너스
1천3백9.70%(청솔종금)에 이를 정도다.

특히 9개사 모두 원화자금난으로 한은특융을 받은 종금사들이기도 하다.

서울소재 전환종금사 사장은 "원화와 외화부실 모두 심각한 일부 서울
소재 대형종금사가 빠진게 의문"이라며 "기업과 고객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외형이 작은 지방종금사를 우선 선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계는 기업과 고객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외형이
작은 지방종금사가 우선 선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9개 종금사 가운데 삼삼종금만 유일한 서울 소재사로 나머지는 모두 지방
소재사다.

항간에서 살생부 기준으로 거론 돼온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
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과정에서 대부분의 종금사 기업어음(CP) 매출이 종금사 보증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 IMF가 이를 지급보증으로 간주하는 통에 기존
종금사의 자기자본비율이 6%를 웃도는 반면 CP영업 비중이 큰 전환종금사의
자기자본비율이 4% 미만으로 떨어졌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번에 영업정지 당한 9개사 모두 전환종금사다.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