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자금지원은 사실상 외환고갈상태에 빠진 국내
외환시장이 안정을 되찾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반면 자금시장에는
긍정적인 효과보단 부정적인 부분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IMF와 막바지 협상이 진행된 1일 자금시장의 모습은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해
주기에 충분했다.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던 금리가 다시 급등세를 보이는등 극도의 혼조
국면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자금시장 =IMF가 부실종금사에 대한 무더기 폐쇄를 요구하고 적정금리를
18~20% 수준에 맞추라고 주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금융시장이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이는 자금시장의 향후 전망까지 불투명하게 함으로써 경제주체들의 자금
운용을 단기화시켜 단기금리는 낮고 중장기금리는 치솟는 현상을 연출하고
있다.

이에따라 최근들어 거래량이 다소 늘며 회복기미를 보이던 회사채 시장은
1일 다시 악화국면으로 되돌아간 모습이다.

이에 따라 회사채(3년) 유통수익률은 연 17.50%로 지난 주말보다
2.40%포인트 올랐다.

어음시장에서도 금리가 다시 뛰어 오르고 있다.

3개월짜리 CP(기업어음) 할인율은 전주말보다 2.0%포인트 오른 연 18.50%를
기록했다.

특히 종금사의 무더기 정리가 현실화될 경우 상당수 기업의 자금줄이
끊기면서 CP시장에는 엄청난 혼란이 예상된다.

특히 종금사 자금회수가 무차별적으로 일어나면서 당좌대월을 거의 쓰지
않던 우량기업들도 당좌대월을 일으켜 일부 우량종금사에 수시로 빼 쓸 수
있는 예금으로 넣는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콜시장의 경우 금리는 연 12.34%로 중장기금리보다 5~6%포인트 낮은 수준
이지만 자금흐름은 뚝 끊겼다.

이에따라 은행권지준이 8조원 남을 정도로 돈이 넘치고 있으나 폐쇄설이
돈 9개 종금사가 이날 1조원을 막지 못해 부도위기에 몰리는 일이 또다시
발생했다.

IMF 협상 결과가 이런 불안감을 증폭시켰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현재 자금시장의 심각한 단저장고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돼 기업 자금난이
더욱 가중될 것이란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 외환시장 =IMF 긴급수혈은 그동안 외환시장에서 구경하기 힘들었던
오랜만의 호재라는 점에서 상당한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
된다.

따라서 환율은 당분간 보합세를 형성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씨티은행의 이범영 지배인은 "원화값이 수급이 나빠 올해초 대비 25%가량
평가절하됐다"며 "IMF 자금지원으로 외화유동성이 좋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정뿐 아니라 하락까지도 예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산업은행의 문성진 딜러도 "IMF자금 지원에다 11월중 무역수지 흑자라는
호재가 모처럼 나타났다"며 "향후 수요에 대비한 달러화 가수요가 크게
줄어 환율도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IMF 긴급자금지원이 타결된 이날의 환율수준(1천1백70원대 안팎)
에서 소폭 등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환당국의 IMF자금 운용방식에 따라 환율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장기신용은행 외화자금부 최민 팀장은 "국내 금융기관에 IMF 자금을 지원
하기 이전에 해당 기관들이 외화자산을 먼저 매각토록 할 것으로 보여
수급불안이 다소 이어질 수 있다"며 "환율추가 상승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
고 말했다.

최팀장은 그러나 IMF자금이 지원되면서 시장정서도 안정세를 찾아 연말
부터는 하향조정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내년들어서는 해외의 시각이 어떤 방향으로 모아지느냐가 관건으로 지적
된다.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국내에 불어닥쳐 존립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국내
금융기관들에 크레딧 라인(신용한도)을 재개할 해외기관들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IMF 자금이 가져다 줄 환율안정세가 이어질지의 여부는 결국 금융계
구조조정과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경제여건)이 얼마나 호전되느냐에
달려 있다는게 외환시장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박기호.오광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