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부실 종합금융사의 무더기 폐쇄를 공식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종금업계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부실 종금사를 문 닫게 하라는 IMF의 요구는 정부가 추진중인 구조조정의
칼날보다 더 예리하다.

우선 시기면에서 그렇다.

정부가 12개 종금사에 외환개선명령을 내리고 이 가운데 8개 종금사의
외환영업부문을 7개 은행에 양도하라고 지시, 사실상 외환영업 정지를 명령
했지만 대상 종금사와 은행의 반발로 연말께가 돼야 이 조치는 실행될
것으로 보였다.

IMF는 이 시기를 크게 앞당긴 것이다.

뿐만 아니다.

부실 종금사에 외환영업뿐아니라 원화영업도 하지 말라는 퇴출선고를
내렸다.

우리 정부가 내년 1월까지 전종금사를 실사, 최하위 등급을 받는 종금사를
상대로 내년 3월말까지 조치키로 한 강제 통폐합을 IMF는 즉각 시행하라고
요구한 셈이다.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도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고 볼멘 소리를 내던
종금업계는 이제 넋을 놓고 있다.

부실 종금사들이 모두 같은 길을 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대기업 계열 종금사는 계열 증권사로의 합병을 시도하거나 자본력을 바탕
으로 타 우량종금사와의 합병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한화 쌍용 LG그룹등이 그런예에 속한다.

한솔종금은 그룹측이 증권업 진출을 고대해 온 점을 감안할때 증권사 인수
를 통해 살아남을 가능성이 배제되기 어렵다.

다른 종금사들은 외환영업을 양도키로 돼있는 은행등에 피인수되거나 이도
여의치 않으면 파산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종금업계가 합병하고 싶어하는 영순위 은행은 주택은행과 국민은행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금사들은 사실 정부가 외환개선명령을 내린 이후 구조조정이 임박했음을
절감하고 증자와 M&A를 추진하는등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쳐왔다.

대한종금이 신동방그룹을 공동 대주주로 영입, 내년말까지 3천억원을
증자키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최근 1백% 무상증자를 결의한 삼양종금도 타 금융기관과의 M&A를 추진중
이다.

부실 종금사 폐쇄는 종금업계의 문제로만 그치지 않는다.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불안감 증폭은 금리폭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게다가 경일종금을 제외한 29개사가 상장사다.

증시에 미칠 영향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기업의 연쇄부도다.

전국 30개 종금사를 통해 기업에 나간 여신은 80조원을 웃돈다.

종금사가 문을 닫거나 다른 금융기관에 인수합병될때 그 종금사로부터 돈을
빌려 쓴 기업들은 자금줄이 끊길 가능성이 있다.

한 종금사에 거래적격업체로 선정된 기업이라고 해서 타종금사의 거래
적격업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업들에 연쇄부도의 공포를 불러온 종금사의 자금회수는 통째로
자금줄이 끊어지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따라 금융계는 폐쇄되는 종금사의 여신을 정부가 지급보증을 내세워
인수 금융기관이나 타 우량종금사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파산 종금사의 예금 보호장치는 이미 마련된 만큼 여신이 계속 이뤄질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종금사 여신은 대부분 3개월미만의 단기다.

서두르지 않으면 만기도래된 어음의 연장이 중단돼 기업의 연쇄부도를
재촉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동시에 인수 금융기관의 특정기업에 대한 여신한도도 일시적으로 풀어주는
보완장치도 나와줘야 한다.

"후속조치에 따라 금융기관 구조조정의 후유증을 최소화할수 있을 것"
(동양종금 조왕하사장)이라는 얘기다.

< 오광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