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이 맞고 있는 금융위기는 70년대초 미국의 경우와 흡사하며 외환
보유고가 단 60억달러였던 멕시코의 95년 금융위기에 비해서는 회생 가능성
이 훨씬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유력 증권회사의 회장-부사장과 펀드매니저 등 4명의 전문가들은
26일(현지시간) 주미한국상공회의소(KOCHAM) 및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마련한 "IMF(국제금융기구) 구제금융 이후의 한국"을 주제로 한 긴급
좌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당분간은 자금경색이 계속되겠으나 한국의
상황이 일부의 우려처럼 최악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측 참석자들은 한국 금융시장이 자금난과 주식시장
폭락을 동반하고 있는 점에서 72~74년의 미국 상황과 비슷하며, 미국이
당시의 난국을 이겨냈던 것처럼 한국의 상황도 절망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미국은 당시 월남전에서 패배,국내외적으로 정치와 경제적 어려움이 닥쳐
오면서 72년 1천포인트를 넘었던 다우존스 지수가 74년에는 5백40선으로까지
급락했다는 것이다.

미국측 전문가들은 또 멕시코의 경우 정부 자체가 파산직전에 처해 있었던
반면 한국은 단기 부채에 대한 상환 압박이 가해지는데 따른 유동성 위기
라는 점에서 두나라의 상황이 구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정부의 예산관리가 적정하게 이뤄지고 있는데다 경상
수지가 개선되고 있는 만큼 단기적인 위기를 극복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미국측 전문가들은 이와관련, 한국은 <>고학력 및 숙련도 높은 인력이
풍부하고 <>기술 수준이 높으며 <>민주화가 이뤄져 있는데다 <>선진국
경제모임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등 국제
투자자들로부터 기본적인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지적
했다.

이들 전문가는 그러나 멕시코의 경우 IMF와 미국정부 등으로부터 총
5백억달러이상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았음에도 외환위기에서 한숨을 돌리기
까지 7개월 이상이 걸린 사실을 지적,한국은 현재의 상황에 보다 인내심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미국 등 해외 금융기관들이 한국의 단기 부채를 회수하고 투자가들이
대한투자를 외면하게 된 것은 한국기업 및 금융기관은 물론 정부정책 자체의
불투명성 때문이었음을 새겨 "투명성 제고"를 최대 원칙으로 한 전반적인
투자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예로볼때 IMF가 구제금융을 공여하는 국가에 대해 금융-
재정 등 정책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해 온 만큼 한국도 차제에
"투명한 국가"로서의 이미지로 거듭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
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