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김영근 특파원]

조속한 시일내에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자는 온국민들의 "다짐"은
국내 이상으로 해외수출전선에서도 굳세다.

26일 오후 3시 베이징 주중한국대사관 회의실에서 열린 상사주재원과
공관직원 합동회의는 일제강점기 중국으로 옮겨온 망명정부 회의만큼이나
엄숙하고 의지에 찬 분위기였다.

정종욱 주중한국대사는 평소 장황하게 늘어놓던 인사말을 생략한채
"연말의 망년회를 하지 않겠다. 연하장도 보내지 않겠다. 생활주변에서
1달러라도 아낄 수 있는 길이 있으면 실천에 옮기겠다"라고 말했다.

이에질세라 박원길 대우그룹 중국본부장은 "오늘 아침 처와 함께 푼푼이
모은 1만달러를 갖고 외환은행 베이징지점을 찾아가 개인구좌에 입금했다"며
"내가 먼저 나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일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인들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오늘 당장 국내은행에 개인구좌를 개설해 개인이 보유한 1달러라도 예금
시키자" "국제전화 통화료를 국내에서 지불토록 해 달러화의 해외지출을
막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한국음식점을 이용하자" "노래방에 가지 말자"
등등.

그동안 씀씀이를 반성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소득 1만달러에 소비수준은 2만달러였던 우리 자신이 부끄럽다" "중고등
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을 모아놓고 평소 쓰던 돈의 4분의 1만을 쓰자"고 말했
다는 주재원도 있었다.

이날 1백50분간의 회의가 끝난뒤 임수영 대상그룹 중국본부장은 "국내외
산업현장에서 뛰는 모든 국민들이 오늘과 같은 마음으로 경제위기극복에
나설 때 1년내에 정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양승윤 대한상의 베이징사무소장도 "이젠 말보다는 실천이 중요한 때"
라면서 "단기간에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해 국가발전의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