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일부 종금사 외화자산 일괄 인수조치는 일단 외환시장에서 환율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외환시장내의 무조건적인 달러화 매수세력이 약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종금사들은 자산운용 불일치(미스매치, 단기차입 자금의 장기자산
투자)로 외화부족이 심화되자 외환시장에서 원화자금을 끌어다 달러화를
매입, 환율을 밀어 올리는 주세력으로 작용해 왔다.

특히 은행들과 외환라인이 끊겨 달러화 매수주문을 내기가 힘들어지면서
부터는 외환중개실을 통해 거래수준보다 훨씬 높게 나온 매도주문을 그대로
소화, 환율 상승폭을 더 높이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조치로 달러화 이상수요가 사라지는 만큼 환율 거품도 걷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금융기관들의 외화자금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
된다.

금융계는 "부실자산으로 해외의 시각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종금사들의
외화자산을 떠맡게 되면 자산건전성 악화뿐 아니라 신뢰도 추가하락도
불거져 한국에 대한 관심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종금사의 외화자산이 유동성이 떨어지는 장기인데 비해 차입외화는
70% 이상이 단기여서 전체 외화자산의 7할 가까운 추가 상환부담이
생겨난다는 계산이다.

일부에서는 "고위험 고수익"으로 짜여진 종금사 외화자산의 상당규모가
동남아 등에 잠겨 있기 때문에 수익은 전혀없이 높은 차입금리만 부담하는
불이익을 얻게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종금사들이 자산담보부증권(ABS)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산가치
평가과정이 복잡해 진척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양수도에도 적지 않는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그러나 외환업무가 유지되는 종금사들은 한국 정부의 외환업무 능력시험에
일단 통과했다는 이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선별한 만큼 신뢰성을 가지고 투자할 수 있다고 해외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가 개발된 셈이다.

< 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