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말 국제통화기금(IMF)의 신탁통치하에 들어간 인도네시아가 첫
희생양으로 선택한 것은 태국과 마찬가지로 부실 금융기관들이었다.

IMF의 금융지원발표가 있은지 이틀만인 지난 1일 수하르토정부는 16개
부실은행을 전격 폐쇄키로 결정했다.

물론 3백30억달러에 이르는 금융지원에 대한 대가다.

아직 이들 폐쇄은행에 대한 구체적인 정리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인도네시아정부는 추가로 부실은행들을 추려내 금융업계의 체질을 강화해
나가지 않으면 안될 처지다.

40여개의 부실 은행들이 추가로 폐쇄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소문이 자카르타
금융가에 나돌고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나머지 금융기관들에 대해서도 조만간 부실채권을 줄이고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인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부실금융기관의 대대적인 수술외 인도네시아는 IMF의 요구에 따라 내년부터
보리 마늘 콩 등의 곡물수입독점권을 포기했다.

뿐만 아니라 전면 백지화시키라는 IMF 요구에는 못미치지만 수하르토의
3남 토미가 추진해온 국민차프로젝트에 대한 특별대우에 반발해 미국 일본
등의 자동차메이커들이 불공정경쟁이라고 제소한 것과 관련, 세계무역기구
(WTO)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약속했다.

이와함께 인도네시아는 태국과 마찬가지로 사회간접자본같은 정부지출을
감축하고 세금을 올려 재정수지에서 GDP의 1%에 해당하는 흑자를 내야 한다.

물가상승률도 한자리수로 억제해야 하며 경상수지적자를 2년안에 GDP대비
3% 이내로 줄인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경제적 수치달성의 어려움도 크겠지만 수하르토정부를
가로막고 있는 더 큰 난관이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수하르토자신을 포함한 기득권층과의 한판 싸움을 어떻게
치러 내느냐가 IMF가 제시한 경제개혁달성과 경제살리기의 관건이 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번에 폐쇄된 16개 은행 가운데 수하르토 친인척과 관련이 있는
안드로메다은행 등 3개은행이 포함돼 일단 정부의 개혁의지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안드로메다은행의 지분 25%를 갖고 있는 수하르토 차남 밤방과
자카르타은행을 소유하고 있는 이복동생 프로보스테조가 "대통령의 가족들을
겨냥한 정치적 음모"라며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소송 결과에 따라선 금융개혁이 오히려 뒷걸음질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이번 정부조치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이번에 폐쇄된 16개은행보다 훨씬 더 부실한 뱅크야마, 뱅크우타마 등 4개
은행이 여전히 영업을 계속하고 있어서다.

이들 4개은행은 대통령과 깊숙한 커넥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금융기관
폐쇄와 관련 정부의 잣대에 대한 의혹의 눈길이 걷히지 않고 있다.

특히 이들 은행들은 16개은행의 폐쇄조치발표 바로 전날 타은행으로부터
긴급자금까지 수혈받은 것으로 밝혀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당초 IMF의 금융지원이 과연 "주식회사 수하르토"를 해체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대부분 전문가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투명성과 일관성이 결여된 이같은 경제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강한 반발도
복병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대규모 산불과 극심한 가뭄으로 거의 바닥을 드러낸 국민들의 인내심
이 한계에 다다를 경우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최근 경기침체의 여파로 이미 2백만명이 실직한 상태다.

특히 기름값인상과 식료품부족이 예상되는 내년초 상황을 현재로선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앞으로 2~3개월이 매우 중대한 시기로 간주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가 태국과 판이한 정치상황을 갖고
있다는데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군의 강력한 지지를 얻으면서 절대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는 수하르토의
"마음 비우기" 여하에 따라선 상황을 극적으로 호전시킬 수도 있다는
역설적인 이유에서다.

< 김수찬 기자 >

[[[ 인도네시아에 대한 IMF 관련 경제동향 ]]]

IMF 지원 결정시기 97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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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원내역(총 3백30억달러) IMF(1백억달러) IBRD(45억달러)
ADB(35억달러) 싱가포르(50억달러)
미국(30억달러) 일본 중국 홍콩 호주
말레이시아 등(70억달러)

종합대책(IMF 권고안 반영) . 16개 금융기관 폐쇄
. 정부의 곡물수입 독점권 일부 포기
. 2년내 경상수지적자 GDP대비 3%이내
. 물가상승률 한자리수로 억제
. 국민차 계획 일부 수정
. 2003년까지 화학 철강 수산물
수입관세 5~10%로 인하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