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면서 위기감을 야기했던 환율의 급등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

상승기조가 이어지기는 해도 주가폭락 금리폭등이라는 혼란상을 연출중인
주식시장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되찾은 것이다.

지난 21일 1천1백39원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
(매매기준율 기준)은 24일 1천76원40전으로 떨어졌다가 25일 1천1백원50전
으로 소폭 올랐다.

25일 매매기준환율은 24일 거래된 달러화를 거래환율별로 가중평균을
내서 산출한 수치.

그런데 24일의 경우 자금시장은 3년짜리 회사채 수익률이 전일보다
1.45%포인트나 오른 16.05%까지 올랐고 주식값은 10년4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외환시장이 상대적으로 덜 동요됐음을 나타내는 반증이다.

회사채 수익율이 17%대를 넘고 종합주가지수 4백30대마저 위협받은 25일
에도 25원 가량의 기복을 보였다.

딜러들은 이에대해 외화자금난보다 원화자금난에 더 높은 관심이 쏠린
탓이라고 말하고 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외화가 아닌 원화"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환용 달러화를 확보하기 위해 외환시장으로 몰렸던 종금사 등의 수요도
강도가 약해졌다.

IMF 긴급자금 지원 신청으로 공급이 예상된데다가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을
통해 외화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

원화 자금사정 악화도 환율의 급등세를 저지하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원화부족으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사재기를 할 수 있는 여력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외화부문보다는 원화부문의 부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인식까지
작용, 원화확보 경쟁이 치열해 지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외화결제 불능상태인 해외부도는 외환당국이 방치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과 환율변동폭 확대에 따른 대규모 환차손 가능성
때문에 외환시장이 상대적인 안정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그러나 주가
폭락 금리상승이 환율상승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이어질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