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중순쯤 정부는 최소한 향후 3년간의 소비자물가상승및 경제성장률,
통화증가율, 국제수지 등 주요 거시경제지표 전망치를 발표하게 된다.

말이 좋아 예상치이지 사실상 IMF의 요구로 정부가 수행해야할 목표치를
의미한다.

IMF는 약속한 자금을 향후 이행사항의 실천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원
한다.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불이익을 받을수 밖에 없다.

재정경제원이 IMF의 우산밑으로 들어가지않기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IMF에 주요 경제정책 수립의 주도권을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IMF는 긴축과 안정,경쟁과 개방을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중소기업등 이른바 경제적 약자를 더이상 배려하기 힘들게
되며 파탄지경에 몰린 대기업및 금융기관에 대한 협조융자도 존립기반을
잃게 된다.

이같은 우려감이 주식시장에 반영,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22일부터 연속
폭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IMF가맹국은 <>물가안정기조하에서 경제및 금융정책을 운용하고
<>불규칙적인 교란을 야기시키지 않는 통화제도를 구축, 안정기조를 구축
해야 하고 <>효율적인 국제수지기조를 저해하거나 부당한 이득을 목적으로
환율이나 국제통화제도를 조작하는 행위를 배척해야 한다.

IMF는 정부와의 협의과정에서 이같은 의무를 확실히 이행하기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약속을 촉구할 가능성이 크다.

IMF측의 당면목표는 최소한 2백억달러이상에 달하는 지원자금을 확실하게
회수할수 있도록 한국정부가 거시경제및 금융정책 등과 관련, 구조개혁
프로그램을 내는데 있다.

물론 재경원은 현재 월간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섰고 물가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거시경제지표분야에 대한 IMF의 간섭은 그리 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분야의 경우 IMF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크다.

IMF는 이에따라 경상수지 흑자기조 유지및 물가안정을 위한 통화긴축을
우선적으로 요구할 것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은 물론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중인 공기업정책의 전면 변화까지 요구할수 있다.

정부의 조직.인원.예산의 축소조정도 메뉴에 올라갈수 있다.

이와함께 선별금융제도의 대폭 축소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현재 정부는 금융기관의 공공성 측면 등을 고려, <>중소기업의무대출비율
유지 <>여신금지업종 <>지방환류비율 <>여신바스켓관리제도 등을 운영중이다.

IMF는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제고하고 시장경제원리에 의해 자금이 유통되기
위해서는 이같은 관치금융의 굴레를 제거해야 한다는 원칙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경원도 금융기관간 M&A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라도 자율성 확대및 이에따른
책임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견지, 선별금융제도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IMF는 일단 경쟁에서 탈락한 기업을 구제해 주는 부도유예협약에도 반대,
결국 IMF 관리체제에서 사장될 공산이 크다.

추진이 지지부진한 협조융자협약도 탄생조차 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정부의 주도아래 자금난에 처한 특정기업에 대해 금융기관이 공동융자해
주도록 요청하는 일도 앞으로는 사라질 것이다.

IMF는 민간분야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권고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정부는 스스로 산업정책상의 과잉투자및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방안을
가능한 빨리 시행하지 않을수 없는 입장이다.

뒤늦게나마 금융기관및 우량기업을 통한 외자조달 재개로 정부가 협상전선
에서 경제정책 수립의 주도성을 가능한 잃지 않도록 배짱과 실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