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데는 직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국민은행 정보시스템실의 장희진(55) 상무는 일반적인 CIO의 역할론과
사뭇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CIO란 테크니션으로서 전문지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보시스템실을
무리없이 운영할 수 있는 경영자적 자질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정보시스템을 맡고 있는 프로그래머들이나 엔지니어가 창조성과 자율성을
잃지 않고 시스템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해 나갈 수 있는 기본토양을
만들어 주는게 중요합니다"

장상무는 직원들로부터 "맏형"으로 불린다.

정보시스템실 2백50여명 직원을 아우처럼 돌보며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임원회의에서 나온 새로운 방침이나 회사의 경영상태에 대해서도 직원들
에게 설명을 아끼지 않는다.

정보시스템실이 조직의 미래를 이끌면서도 조직에서 배타되지 않도록
가교역할을 하고 있는 것.

"테크니션과 경영진간의 의사가 두절되면 안됩니다. 그런 조직은 발전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이들을 무리없이 연결시켜 조직의 발전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상무는 67년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졸업후엔 줄곧 30년동안 국민은행에 몸담아온 정통 "국민맨"이다.

그는 경영과 영업, 전산부문을 두루 거치면서 정보시스템 관리자로서의
바탕을 다졌다.

입행후 10년간은 행장실 비서로 경영비전을 키웠다.

그후 10년간은 야전사령관격인 지점장으로 곳곳을 누볐다.

그러다 92년에 전산부장으로 발탁돼 정보시스템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이 인연으로 94년부터 국민은행의 전산부문 계열사인 국민데이타시스템의
대표이사로도 재직했다.

"국민은행은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고객규모나 거래량이 거의 2배에
달합니다. 그만큼 전산시스템의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죠"

3만3천명의 직원과 5백여개의 지점을 정보시스템으로 연결, 1천2백만명의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

장상무는 이를 위해 CIO로서의 임무를 게을리하지 않겠다며 넉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 박수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