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폭등으로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철강 식품등 일부 제조업체들과
수입을 대행하는 종합상사, 수입오퍼상 등 수입업계 전반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고철을 수입하고 있는 제강업계의 경우 외국환
은행들이 수입유전스를 거절하고 있어 일람불(At sight)로 바꿨지만 결제
시점의 환율을 가늠하지 못해 당분간 수입을 중단한 업체가 늘고 있다.

일람불조건으로 수입을 하더라도 결제시점은 1~2개월후로 잡히기 때문에
그 시점의 환율을 예측하기가 현재로선 불가능한 실정이어서 출고가격을
정할수 없다는 것이다.

고철수입상인 서울철강상사의 현종철 사장은 "수출용원자재수입의 경우
이런 현상이 장기화되면 수출에도 큰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철수입을 중계하는 일부 종합상사들도 "외국환은행들이 유전스조건을
받아준다고 하더라도 만기시점의 예상결제금액과 실제결제금액간의 환차손
에 대한 불안 때문에 12월초까지 신규계약을 미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철강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최근 부도가 났거나 임박했다는 소문이 나도는
중소업체들은 대부분 환차손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팜유와 우지 대두유등을 수입,식용유를 생산하는 식품업체들은 "9월초에
90일한도로 유전스조건으로 수입계약을 했을 경우 국내외 금리차를 감안
하더라도 15%이상 적자요인이 생겼다"고 말했다.

외국업체들의 국내대리점으로 수입오퍼를 발행하는 오퍼업계의 경우도
국내수요업계의 수입중단이나 축소사태로 개점휴업상태인 업체들이 급증하고
있다.

합금철오퍼상인 연합상사의 김인철 상무는 "상담을 끝내고도 신용장개설
직전에 수입을 연기하는 국내수요업체들이 많아 외국거래선이 끊어질 위기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등에서 천연고무를 수입하는 대진양행의 고인환
전무는 "천연고무의 국제거래에선 선적시점에 신용장을 개설하는 것이
관행인데 최근들어 국내의 고무수요업체들이 신용장개설을 늦추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현지공급업체들이 한국과의 거래를 줄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 말했다.

< 이동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