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구제금융을 요청키로 함에 따라 빠르면
연내에 부실금융기관의 강제폐쇄및 금융기관간 합병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내년 신정부출범과 함께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금융산업 구조
조정이 IMF에 대한 구제금융신청을 계기로 한층 빨리 진행될 수밖에
없어서다.

IMF는 일반적으로 구제금융 지원에 앞서 해당국가의 부실금융기관의 신속한
정리및 퇴출 등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부도유예협약 적용시 채권단이 해당기업에 대해 경영권
포기각서와 자구노력 이행각서의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강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지난 10월말 IMF로부터 3백억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은 인도네시아는 이달초
16개 부실은행의 면허를 이미 취소한데 이어 7개 국영은행을 4개로 줄이는
계획을 발표해야 했다.

IMF는 또 지난 8월 1백67억달러를 지원받은 태국에 대해서는 42개 금융회사
의 영업정지를 단행하고 자기자본비율을 강화토록 요구해둔 상태다.

이렇게보면 국제신용등급이 잇따라 추락, 상당수 해외차입선이 끊어진
국내금융기관들도 부실화정도에 따라 선별정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IMF는 이미 무디사 S&P(스탠더드 앤드 푸어)사 등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의
도움을 받아 국내금융기관에 대한 정밀조사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부실여신과 유동성 부족에 몸살을 앓고 있는 은행과 종금사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사실상 M&A의 태풍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IMF 주도하의 구조조정이 자율적인 시장원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위적이고
강제적으로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은행 종금사뿐만 아니라 보험 증권 신용금고 등 다른 금융기관들도 강제
조정의 회오리를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금융기관 역시 올들어 발생한 연쇄부도로 쓰러진 대기업에 거액의
부실여신이 물려있다.

금융계는 태국 인도네시아의 경우에 비춰볼때 우리나라도 20~30여개
금융기관이 강제합병되거나 정리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의 경우 거액의 부실여신을 갖고있는 제일 서울은행 등과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일부 지방은행들이 우선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자기자본이 작은 후발은행간 합병, 규모가 큰 선발은행과 특수은행간
합병이 정부주도아래 활발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국에 영업망이 많은 대형시중은행의 경우 금융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 갑작스런 영업정지조치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종금사들은 올 하반기 1조원의 한은 특융을 받은 16개 종금사들이 M&A의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종금사들은 특융을 받기에 앞서 경영권 포기각서를 정부에 제출해둔
상태여서 강제조정을 거부할 명분도 없다.

또 최근들어 거의 매일 외화 부도위기에 몰린 일부 종금사들의 경우 외부의
인위적인 작용없이는 자력갱생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내려진 상태다.

종금업계는 이에 따라 경남 영남 고려 한길종금 등 외화 장단기수급구조가
뒤틀린 종금사들과 부실여신이 이미 자기자본을 초과한 나라 대구 대한
삼삼 삼양 신세계 신한 쌍용종금 등을 강제조정 대상으로 꼽고 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