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은 21일 상무 승진자 4명을 포함, 임원 32명에 대한 승진 및
전보인사를 실시했다.

예년보다 2개월 정도 앞당긴 것이다.

정기임원 인사로는 30대그룹 가운데 처음이다.

LG그룹도 오는 24일 10명 안팎의 사장단을 교체키로 했다.

작년엔 12월 중순에, 그것도 일반 임원들과 함께 사장단 인사를 했었다.

연말에 집중됐던 대기업그룹들의 임원인사 시즌이 앞당겨지고 있다.

한화와 LG에 이어 대부분의 그룹들에서 "연말까지 미룰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번져가고 있다.

경영정상화를 조기에 이루기 위한 특수한 사정이 있어서이긴 하지만
기아그룹의 경우도 진념 회장 취임과 이에 따른 조직정비 차원에서 일부
계열사 사장을 포함한 임원인사를 조만간 실시키로 했다.

올 2월들어 정기 임원승진 인사를 실시했던 대우도 이번 정기인사는
연내에 마무리짓기로 했다.

해외본사와 관련된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우선 임원 승진인사부터
매듭짓기로 한 것이다.

대기업그룹의 임원인사가 앞당겨지는 이유는 우선 최근의 경영환경이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투명하다는데 있다.

환율 물가 성장률 원유값 금리 실럽률 등 내년도 경영계획 작성에 필요한
변수들이 어느 것 하나 확실한게 없다.

내년부터 책임을 지고 일을 할 사람들을 미리 확정해놓음으로써 경영환경
적응속도를 높이겠다는 판단인 셈이다.

이날 인사를 실시한 한화그룹의 관계자도 "각 계열사별로 진행중인
사업구조조정과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 작업을 조기에 마무리하기 위해
인사를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연말인사의 조기실시는 또 임직원들의 동요가 심해질 경영위기 상황에서
경영진들에게 더 큰 힘을 실어주기 위한 최고경영자의 배려로도 풀이된다.

"자기 목"도 보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영(영)"은 서지 않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LG가 임원인사 보다 1개월여 먼저 사장단 인사를 끝내려는 이유로
"신임사장에게 임원인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은 이런 추세를 보여주는 사례다.

인사시즌이 예년보다 앞당겨지면서 움추러드는 것은 역시 당사자들이다.

"개봉"이 급해진만큼 아무래도 승진폭이 최소한에 그칠 것이 분명해서다.

마음 고생이 심하기는 각 그룹 인사담당자들도 마찬가지다.

아직 1개월을 남겨둔 상황에서 실적평가는 집계도 안된데다 승진대상자를
예년보다 대폭 줄여야 하지만 기준 세우기가 쉽지 않아서다.

<권영설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