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이 오는 24일께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를 소집, 13개 금융개혁관련
법안중 지난 18일 처리한 4개 법안외 나머지 법안들에 대한 처리문제를
국민회의 자민련 등과 다시 논의키로 해 이들 법안이 이번 정기국회 회기
안에 처리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일단 문제가 됐던 한은법과 금융감독기구 통폐합 등 2개
법안에 대해 국민회의와 자민련측의 졸속처리 반대입장이 굳건해 재경위가
재소집되더라도 신한국당의 단독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4일 재경위 전체회의에서 야당의원들이 퇴장한 상태에서 의결
정족수를 채우고서도 "정치적 부담"을 감안, 단독 처리하지 못한 상황이
재연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측의 재논의 입장 천명은 단독 처리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
선거를 의식해 처리를 연기한 것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자 실질적으로
는 무리하게 처리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야당의 반대로 금융개혁관련법을
처리하지 못했다는 쪽으로 여론을 유도해 보겠다는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신한국당의 재경위소집추진과 관련해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한은법 등 2개법안을 제외하고 국민회의측이 회기내 처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나머지 금융개혁관련법안에 대해 신한국당이 일괄처리를 주장하는
재경원측을 설득할 것인가의 여부다.

재경원측은 금융감독원을 재경원 산하에 설치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금융개혁법안의 통과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같은 입장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한국당의 이상득 재경위원장도 이날 한은법 등의 처리가 전제되지 않은
여타 금융개혁법안의 처리는 재경원이 원하지 않고 있다고 실토했다.

이위원장은 그러나 금융개혁의 필요성에 정치권이 공감하고 있는 만큼
재경원이 "고집"을 부릴 것이 아니라 금융감독기구들을 현행대로 둔 상태
에서도 금융개혁을 가속화할 수 있는 수정안을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국민회의측은 새로 발탁된 임창열 경제부총리가 "국가경제에는 아랑곳
없이 재경원의 위상강화에만 치중해온 기존의 입장에서 벗어나 본래의 취지
대로 "정도"를 택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국민회의측은 특히 자신들의 반대로 금융개혁법안의 처리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해 난감해 하고 있다.

실제로는 첨예한 쟁점이 되고 있는 2개 법안 외에 여타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자신들이 신한국당측에 요청했으나 재경원의 눈치를 봐온 신한국당
측이 이를 무산시켰다는게 국민회의측의 주장이다.

신한국당이 국민회의측의 이같은 입장을 수용, 2개 법안을 제외한 금융
개혁법안을 처리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신한국당 고위당직자들은 여전히 금융개혁관련 법안 모두를 일괄처리해야
한다는 입장만을 거듭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측은 현재 대기업의 연쇄부도, 금융불안 심화, 환율 급등, 외환
위기 고조 등은 한은법 개정과 금융감독기구 통합이 이뤄지지 않아서가
아니기 때문에 나머지 법안들의 처리를 신한국당측이 더 이상 지연시켜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국민회의측은 신한국당이 이번에도 금융개혁법안의 일괄처리만을 고집한다
면 지난번 상임위 때와 마찬가지로 의사일정에 협조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박정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