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팀이 전격 교체된 19일에도 원.달러환율이 연일 상한가까지 급상승하는
가운데 원화 외화 가릴 것없이 거래가 마비되는 금융공황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종금 등 일부 금융기관들은 기업에까지 손을 벌리는 자금역류 현상이 심화
되고 있으며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연14%대에 진입하는 등 시중금리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 외환시장 >>

<>.일부 종금사들은 최근에는 외화부도 위기를 넘기기 위해 기업의 외화예금
까지 요청.

이른바 데포스왑이 성행하고 있다.

기업이 예금한 외화를 꺼내 외환시장에서 종금사와 거래를 하는 식이다.

기업은 외화예금으로 놔 두면 6.5%의 금리만 받을수 있으나 데포스왑을 할
경우 금융기관이 환율로 이자를 보전, 7~8%의 이자까지 챙길수 있도록
해준다.

기업들은 이자가 느는데다 최근들어 외환당국의 달러사재기 감시가 강화된
탓에 종금사의 데포스왑 요청에 적극 응하고 있다.

서울소재 종금사 관계자는 "주로 대기업 계열 종금사들이 데포스왑을
해왔으나 요즘은 은행들도 일부 종금사들과의 외화거래를 중단, 달러를 사는
것 조차 막막해지면서 종금업계 전체의 달러확보 기법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은 기업의 외화예금을 차입금 결제용 달러로 활용해오다 종금사의
데포스왑으로 외화예금이 빠져 나가는데 대해 곱지 않은 눈초리를 보내는 등
금융기관 모두 기업 돈에까지 의존하는 처지로 전락.

< 오광진 기자 >

<>.환율 상승심리가 여전한 상황에서 이날 외환은행이 3천만달러의 대규모
달러화 물량을 시장에 공급하자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집중.

외환은행측은 "과거 외수펀드에 외국인이 직접 투자를 하면서 헤지를 해뒀던
선물환이 만기가 돼 발생한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기 위해 생겨난 물량"
이라면서 "이 외국인 투자자는 다른 곳을 통해 선물환 헤지를 해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한국은행 배급물량을 뺀 공급량이 3천5백만
달러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상승전망이 강해 물량을 내놓지 않았다는 반증
이므로 직접투자라기 보다는 포지션 관리를 위한 이식매물일 가능성이 크다"
고 분석.

<>.이날 환율이 상한가를 유지하며 거래가 끊긴 상황에서 3개월짜리 선물환
환율이 달러당 1천68원을 기록했다.

선물환 환율의 경우 만기 1개월마다 6~7원 가량을 덧붙여 계산하는게 통례인
점을 감안하면 3개월짜리의 경우 이론적인 선물환 환율은 대략 1천56원으로
추산된다.

딜러들은 그러나 "환율 상한가가 지속될 경우 20일 환율이 1천58원70전임을
감안하면 비싸게 이뤄진 거래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날 3개월짜리 선물환은 장기신용은행 창구를 통해 2백만달러어치가
거래됐다.

<박기호 기자 >

<>.해외차입여건이 어려운 틈을 타 일부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국내은행들에
바가지금리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하는 금리는 국내금리로 환산할 경우 연10%로까지 치솟고 있다.

S은행 관계자는 "최근들어 리보(런던은행간금리)에 4.0%를 더한 수준에서
오버나잇(하루짜리 외화콜)자금을 쓰라는 요청이 오고 있다"며 "향후의 차입
등을 고려할때 도저히 받아들일수 없는 수준"이라고밝혔다.

19일 현재 리보금리가 연5.8750%임을 감안할 때 이는 연10%에 이르는 것으로
국내은행신탁의 대출우대금리(프라임레이트)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자칫 외화금리가 원화금리를 웃도는 상황이 생겨날수도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차입여건이 벼랑끝에 이르면 리보+4.0%도
완전히 무시할순 없겠지만 한국에 비해 신용도가 훨씬 떨어지는 동구권
국가들도 현재 차입금리가 우리보다 낮다"며 "외국금융기관들의 횡포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은행들은 현재 리보+1.5%내지 2.0%수준에서 오버나잇 자금을 끌어다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태 기자>

<< 자금시장 >>

외환시장에 이어 원화자금시장도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졌다.

한국은행에서는 10조원이 넘는 돈을 자금시장에 공급했으나 돈은 은행에서만
맴돌뿐 제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은행들은 특히 종금사에 대한 직접 콜론을 거부, 종금사의 원화자금난과
외화자금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시중금리도 치솟이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연14%대에 진입했다.

그나마 매도호가만 있을뿐 거래는 사실상 마비됐다.

<>.한은은 이날도 통안증권을 중도환매해주는 방법으로 1조원을 은행들에
공급.

이로써 한은이 최근들어서만 금융권에 공급한 돈은 통안증권 중도환매
4조1백억원과 RP(환매채) 매입 6조4백억원등 10조5백억원으로 증가.

한은이 이처럼 시장에 돈을 무더기로 풀고 있는데도 자금시장은 더욱 경색.

이는 은행들이 종금사에 콜공급을 꺼려하고 있는데다 기업대출도 사실상
중단해 버린데 따른 것.

이에 따라 하루짜리 콜금리 등 시장금리는 연일 상승세를 기록.

<>.종금사에 대한 신용이 땅에 떨어지면서 은행들은 다른 금융기관을 통해
종금사에 돈을 빌려주는 브리지콜을 선호.

즉 종금사에 직접 콜을 주는게 아니라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에 돈을 빌려준
뒤 이를 다시 종금사에 빌려주는 "쿠션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

이 과정에서 하루짜리 콜금리는 은행들이 한은에서 지원받는 금리(연13.0%
수준)보다 2.0%이상 포인트 높은 15%대에서 형성.

즉 A은행은 한은으로부터 연13.0%에 돈을 빌려 이를 B은행에 13.8%수준에
빌려주면 B은행은 다시 C종금사에 15%대로 콜을 내고 있다는 것.

자금관계자들은 정부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한 이같은 현상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

<하영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