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긴급 대책이 발표됐다.

당초 강경식 부총리가 이날중으로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신임 임창열
부총리가 바통을 받아 망설임 없이 속전속결식으로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금융및 외환 위기대책은 금융기관의 강력한 구조조정, 원화가치
의 신속한 실세반영, 대기업 보증사채 시장 개방등이 골자다.

또 부실기금을 10조원까지 대폭 확대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인수하게
된다.

이번 조치로 은행과 종금사 신용금고 등에 대해서는 강력한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올랐다.

정부는 금융기관들의 경영실태에 대한 공개와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고는
내국인 투자자는 물론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결코 신뢰를 받을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선 최근 금융불안의 진앙지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종금의 경우 내년
1월까지, 은행은 3월, 신용금고는 6월까지 자산부채에 대한 엄격한 실사를
받게 된다.

이 실사 결과 금융기관들은 A,B,C 등 세등급으로 분류된 다음 B등급에는
경영개선 명령이, C등급에는 인수합병 권고가 나가게 된다.

이 경우 부실채권이 많은 4,5개 종금사는 물론 제일은행과 서울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들도 피합병 권고를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실채권의 정도에 따라 금융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예고된 셈이다.

정부는 이외에도 종금사들중 해외영업의 계속적인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
되는 회사들에 대해서는 내년 1월부터 해외차입 등 해외영업을 중단시키는
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해외 영업의 정상적인 수행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정부는 연말까지 각
종금사들이 보유한 외화 자산과 부채를 실사하고 종금사들이 자발적으로
부채자산의 미스매칭(기간 불일치 등)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즉각적인
영업중단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이날 정부 발표내용중 관심을 끄는 부문은 국내대기업들로부터 외화조달에
상당한 도움을 받겠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금융기관들과는 달리 기업들은 아직도 왕성한 해외금융을 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을 외자조달의 전선에 투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정유사 등 해외에서 수요자 금융을 아직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는
기업들로부터 당장 급한 외화를 빌려다 쓰겠다는 전략이다.

임창열 신임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이날 발표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이나 한은이 직접 해외기관으로부터 차입하는 문제는 일단 시간을 갖고
검토한뒤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계에서는 정부가 직접 차입을 미루고 있는 것은 방침 자체가 확정이
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발표전에 차입선과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분석
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는 증권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부양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장 돈을 풀어 주가급락을 막을 방법도 여의치 않는데다 외환시장의 안정이
우선적 과제라는 인식을 재경원은 갖고 있다.

< 김성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