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느닷없는 환율 방어 포기가 금융대란으로 몰고가는게 아니냐는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당국의 급작스런 개입 중단은 금융시장 안정을 표명해온
정부의 신뢰도 추락은 물론 시장참가자로부터 방어능력까지 의심을 받는
지경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이같은 의구심은 18일로 이어져 이날 외환시장에선 개장과 동시에 제한폭인
1천12원80전까지 치솟은뒤 거래가 사실상 중단되는 등 시장마비현상이
일어났다.

외환당국은 이에 대해 19일 예정된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발표된 이후부턴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외환시장의 마비는 자금시장으로 이어지면서 파장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현대 삼성 LG그룹 등 초우량기업에 적용되는 CP할인율도 3개월 기준으로
연17%를 기록, 95년 2월21일(17%)이후 최고치까지 폭등했다.

특히 11월 자금비수기에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 이달중으로 대거
CP만기를 잡았던 초우량기업들은 연말까지도 금리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 금리불문하고 단기자금 차입에 나서고 있다.

금리 기간 금액 등을 따지지 않는다는 이른바 3불문시대가 다시 찾아온
것이다.

한편 종금사 CP할인이 이달들어 1조3천6백억원 감소하는 등 기업들은 자금
회수에도 시달리고 있다.

<오광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