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으로부터 감독원을 분리하고 각 감독기구를 금융감독원에 통합
시키는 것을 골자로한 한은법 개정안과 감독기구통합법의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신한국당이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표결에 반발, 퇴장할 경우 강행처리는
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은 16일 3당총무회담에서 이같은 입장을 양당에 공식 전달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신한국당과 민주당 등 찬성파들이 의사정족수를 채울
경우 반대토론을 통해 표결에 응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신한국당의 입장변화에
따라 신축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국민회의 박상천총무는 "찬성파가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경우에는
퇴장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물리적으로 저지할지, 퇴장할지, 반대토론에
응할지는 내일 간부회의에서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17일 오전 열리는 3당총무회담에서 이들 법안의 처리방향에 대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신한국당측은 15일과 16일 연일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강행처리하지 않는다"는 입장외에는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서 강경파들은 처리하지 않을 경우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가 훼손
될수 있고 경제난 극복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정책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논리를 편 반면 온건파들은 노동법 파동이 재연될 우려가 있고, 통과될 경우
후유증을 생각한다면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했다.

결국 이날 회의에서는 재경위 소위 수정안을 고쳐 야당과 절충에 나서자는
차원에서 금융감독원의 총리실산하로 두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져 17일
전체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신한국당 목요상총무는 "외환위기 등 경제난 극복을 위해 통과시켜야 한다
는 입장"이라면서도 "그러나 당내에서는 오히려 다수가 야당에 빌미를
주어서는 안된다며 반대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신한국당 지도부는 단독처리의 부담을 질 경우 대선에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는 점에 때문에 무리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민회의는 이들 법안의 통과에는 반대하지만 물리적으로 저지를 했을
경우, 여론의 비난이 쏠릴 것을 우려, 소극적 반대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 12일 김대중총재가 "표결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견 표시를 한 것도
당론 변경을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국민회의는 그러나 신한국당이 강행처리 불가 방침을 밝힌 이상, 법안통과
여부에 대한 짐을 떠안게 됐다.

강행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상황에서 어떤 경우든 표결에 응하는 것은 법안
통과를 방조한 것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기 때문이다.

박상천총무는 "여당이 강행처리를 않겠다고 하는 것은 야당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일수도 있다"며 "혼자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그러나 김원길정책위의장은 "개인적으로는 여당이 표결로 처리하려 할 경우
표결에 응하지 않고 퇴장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이들 법안에 대한 반발
여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좀더 적극적인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