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가 차세대 가전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의욕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나 수요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LG 대우 등 가전업체들은 지난해부터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플레이어 인터넷TV 와이드TV 디지털카메라 등
기존제품을 대체할 각종 첨단제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그러나 시장이 형성이 안되며 판매실적 극도로 저조해 오히려 골치덩이
상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이들 제품의 출시시기가 너무 빨라 소비자들의 인식이
따라가지 못한데다 소프트웨어의 부족,제도 정비의 지연등 수요를 발생시킬
주변여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부터 차세대 가전제품을 한달 건너 하나씩
쏟아냈다.

VTR을 대체하는 DVD플레이어, 자동카메라를 대체하는 디지털카메라 등
제품개발에만 2천억~3천억을 들인 제품들이지만 판매는 극도로 부진하다.

차세대 영상기기의 총아로 일컬어지는 DVD플레이어의 경우 판매는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했으나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해 지금까지 8천여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국내시장과는 달리 일본시장에서는 이 제품이 50만대가 넘게
팔려나가는등 가전시장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다.

국내시장에서 DVD 판매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국내업계가 제작한
DVD타이틀이 20종을 밑도는등 소프트웨어의 부족이다.

따라서 DVD플레이어의 판매 확대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게 업계의
솔직한 전망이다.

LG전자는 지난 92년 와이드TV를 개발한 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마케팅활동을 벌여왔다.

그러나 위성방송 사업자 선정과 관련된 방송법이 통과되지 않고 있는데다
가격도 기존 컬러TV와 격차가 너무 커 2백20만대에 이르는 전체 TV시장중
5%를 점유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대우전자는 지난해 11월 인터넷 TV를 개발,올 4월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

하지만 가격경쟁력과 소비자의 인식부족 등으로 지금까지 1천2백대를
파는데 그쳤다.

인터넷TV는 PC와 달리 특별소비세가 부과돼 가격이 2백만원이나 되는
바람에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네티즌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