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공작기계와 산업기계 등의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국산
시설재 구입용 외화대출 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나 금융기관의 외화차입난으로
대출실적이 격감했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재경원이 승인한 올해의 국산 시설재 구입용 외화
대출 한도는 모두 30억달러이나 지난 9월까지의 대출실적은 5억4천만달러에
불과해 대출한도의 20%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실적은 지난해 7월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후 연말까지 6개월동안
의 대출실적 12억9천만달러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대출실적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부진해 올들어 지난 8월말까지만 해도
매월 6천만~7천만달러의 대출이 이뤄졌으나 지난 9월에는 4천만달러에
그쳤으며 10월 이후에는 그나마 실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 시설재구입용 외화대출 실적이 이처럼 부진한 것은 금융기관들이
기업부도로 인한 경영난과 해외 신인도 하락으로 외화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치솟는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과 불투명한 경기전망으로 기업들이
외화대출을 통한 국산 기계 구입을 미루고 있는 것도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산 시설재 구입용 외화대출이란 국산 기계제품을 구입하는 기업에 대해
금융기관이 차입한 외화를 리보(런던은행간금리) 1~2%의 유리한 조건으로
최고 10년까지 대출해 주는 제도로 국산 기계의 수요진작을 위해 도입됐다.

은행들의 외화차입난이 계속돼 국산 시설재 구입용 외화대출의 중단사태가
장기화되면 국내 기계업체들이 판매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시설
투자가 위축돼 경기회복도 지연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