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금융개혁법안 처리결과에 따라 금융시장안정대책의 수위를
조절하겠다"

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의 말이다.

한국은행법개정을 포함한 금융개혁법안처리가 금융시장안정의 골자라는
주장이다.

논리는 이렇다.

"현재 외환위기의 핵심은 종금사다.

종금사의 구조조정을 위해선 이를 책임질 통합감독기구가 절대 필요하다.

더욱이 금융개혁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대외신인도가 높아지기 어렵고
금융불안도 해소되기 힘들다.

따라서 금융개혁법안처리는 금융시장안정의 전제조건이다"(정부관계자)

일견 그럴듯한 논리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뜯어보면 논리의 바탕은 다름아닌 "비약"임이 금방
드러난다.

현재의 종금사위기가 통합감독기구의 부재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은 선뜻
수긍하기 힘들다.

종금사의 감독기관은 재경원이고 종금사의 구조조정을 시행할 수 있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대외신인도하락이 금융개혁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데서 기인했다는
논리도 빈약하기 짝이 없다.

"한국의 거시경제여건은 괜찮은 데도 외국언론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아전인수식 논리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물론 강부총리의 고충을 이해못하는건 아니다.

10년넘게 끌어온 한은법개정논란이 시급히 마무리 지어져야 한다는데도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건 정부정책의 신뢰다.

시장참가자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정책마련과 시행이다.

그러자면 정부가 먼저 오류를 인정해야 한다.

예측가능한 대책을 내놓고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법률탓"만 읊조린다면 백약이 무효일 수밖에 없다.

어설픈 논리로 무장한채 "YS식 돌격 앞으로"를 감행하는 실험을 단행하기엔
현재의 금융위기가 너무 심각하기에 하는 얘기다.

하영춘 < 경제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