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의 장기화가 고용시장에도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실업자 수는 1년만에 20%이상 증가했고 임시및 일용직 근로자가 49만1천명
늘어나는 등 노동시장이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다.

12일 통계청이 내놓은 "97년 3.4분기 고용동향"은 한보.기아 등 대형부도
사건들이 실업의 증가와 고용불안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부분별 동향은 다음과 같다.

< 실업자 동향 >

3.4분기중 실업자는 47만명으로 전년동기 39만1천명보다 20.2%가 늘어났다.

따라서 실업률도 1.8%에서 2.2%로 높아졌다.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을 구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지만 구직에 성공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전체 실업자 47만명중 남자가 30만명, 여자는 17만명으로 1년전에 비해
남자는 2만1천명(7.5%) 증가에 그쳤으나 여자가 5만8천명이나 급증, 구직
전선에 뛰어드는 여자가 많아지고 있음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여자의 실업률이 작년의 1.3%에서 올해는 1.9%로 남자의 2.3%를
뒤쫓아오고 있다.

특히 학력이 높을수록 실업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전문대 이상 여성
고학력자 20~24세 구간의 실업률이 6.8%로 작년보다 2.1%포인트나 높아졌다.

남녀 고졸자 실업률이 작년의 2.2%에서 2.7%로 높아지는 등 대체로 학력이
높을수록 실업률이 높아서 고학럭자의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신발, 섬유 등 경공업 비중이 높은 부산과 대구의 실업률이
각각 3.6%로 전국 평균 실업률을 1.4%포인트나 웃돌았다.

< 취업자 동향 >

전체 취업자 2천1백33만6천명은 작년보다 24만3천명 늘어난 것이지만 그
증가율 1.2%는 1년전의 1.8%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또한 늘어난 취업자중 여자가 15만4천명으로 63%를 차지해 여성의 경제
참여도가 높았다.

연령별로 보면 증가한 취업자중 21만명이 55세 이상이어서 그동안 경제
활동에 뜻이 없었던 고령계층이 대거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따라서 55세 이상의 전체 취업자가 3백61만6천명으로 작년보다 21만명
(6.2%)이 증가했다.

산업별로는 농림어업.광공업이 꾸준한 감소세를 보였고 특히 제조업이
4백41만7천명으로 작년보다 24만7천명(5.3% 감소)이나 줄어 경기불황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반면에 개인사업.공공서비스 부문에서 29만명이 늘어나는 등 3차산업
분야에서 취업자가 4.2% 증가했다.

취업동향의 가장 큰 특징은 상용근로자가 감소하는 대신에 일용근로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근로형태에 가변성이 커지면서 근로자의 지위는 취약해진 셈이다.

임금근로자중 임시근로자(1개월 이상 1년 미만의 근로계약)는 4백27만5천명
으로 9.5%, 일용근로자(1개월 미만)는 1백96만3천명으로 6.5%가 증가했다.

< 경제활동인구 동향 >

취업자에 실업자를 합친 15세 이상의 경제활동인구는 2천1백80만6천명으로
작년보다 32만2천명(1.5%)이 증가했다.

특히 경제활동인구 증가규모중 여자가 21만1천명으로 65.5%를 차지, 여자의
노동시장 진입이 두드러졌다.

따라서 남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은 76.1%로 작년보다 0.5%포인트 감소한
반면에 여자는 50.5%로 0.4%포인트 증가했다.

반면에 가사 또는 취학 등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는
1천3백만1천명으로 작년보다 21만1천명(1.6%) 증가했다.

또 비경제활동인구 증가분중에서 남자가 15만명이어서 그 비중이 71%를
차지, 노는 남자가 많아졌음을 의미했다.

명예퇴직자 등 직장을 그만두거나 사업에서 손 뗀 뒤에 아직 재취업의사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는 "연로 및 기타" 사유에 의한 비경제활동
인구가 1백20만5천명으로 1년 사이에 13만7천명, 12.8%나 증가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 범주속에는 지나친 고령으로 도저히 일을 할 수 없는 노인들이 일부
포함돼 있지만 이를 빼면 대부분 일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진
으로 구직의 가능성이 없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구직활동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거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 김성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