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불안의 불똥이 원화자금시장에까지 튀고 있다.

그동안 자금시장에서 원화를 빌려 달러화를 매입하던 종금사들은 콜차입
마저 한계에 부닥쳐 외화자금난과 원화자금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종금사에 공급하던 은행들도 종금사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면서 콜공급을 꺼리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콜자금을 제때 상환하지 않는 종금사에 대해 긴급대출을
해주기는 커녕 부도직전의 기업들에게나 적용하던 "연장"을 걸고 나와
종금사들을 원화부도위기로 몰고 갔다.

이처럼 자금흐름이 경색되면서 시장금리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한마디로 외환시장과 원화시장간의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잘못된 상황이 시장을 돌며 도미노식으로 파문을 일으키는 양상이다.

악순환의 시발점이 되고 있는 종금사들을 어떤식으로든 정상화시키지 않는
한 상황호전은 쉽지 않다는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 악순환의 원인 =외환시장불안이 직접적인 요인이다.

종금사들은 콜시장에서 원화를 차입,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했다.

이러다보니 원화자금이 부족하게 됐으며 부족자금은 은행들로부터 빌려
왔다.

그러나 10일부터는 은행들의 태도가 변했다.

한은이 외환시장에 달러화를 매각하는 대신 원화를 흡수하다보니 은행들도
자금이 부족하게 됐다(10일 현재 은행지준 7천억원 부족).

상황이 이렇게되자 종금사에 대한 콜지원을 꺼리게 됐다.

일부 은행의 경우 아예 종금사에 대한 콜한도를 폐쇄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외환시장불안-원화시장불안"의 악순환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셈이다.

<> 악순환의 양상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 신한등 6개 시중은행은
11일 모임을 갖고 콜자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종금사와 투신사 등
제2금융기관에 긴급자금을 대출해 주지 않고 "연장조치"를 취하기로 결의
했다.

이에따라 대부분 종금사들이 연장에 걸려 콜차입에 더욱 애로를 겪었다.

연장조치란 어음을 발행한 기업이 제때 자금을 결제하지 못할 경우 부도를
피할수 있도록 결제시간을 늦춰 주는 것으로 해당 기업은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극단적으로 말해 이날 종금사들은 부도위기에 몰렸으며 밤늦게까지 결제
자금을 막지못해 애를 먹었다.

이 영향으로 자금시장이 급속히 경색, 하루짜리 콜금리는 연 14%대로 껑충
뛰었다.

다급해진 종금사들이 기업들에게 예금을 요청, 7대 시중은행의 당좌대출
잔액은 10일 하룻동안만 7천4백억원이 늘었다.

당좌대출소진율도 지난달말 32%에서 지난 10일 38.4%로 높아졌다.

<> 앞으로 전망 =종금사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한 원화시장의
불안감도 지속될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종금사의 문제는 일시적이라기보다는 외화부족에 따른 구조적
인 문제"라며 "종금사에 대한 구조적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한 원화자금
시장도 경색국면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