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음료사업 매각은 지난 95년부터 시작된 구조조정의 하이라이트로
평가된다.

우선 돈을 벌어다주는 "효자"사업을 과감히 팔아 치웠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난해 두산그룹의 총적자가 1천억원을 넘어선 가운데서도 두산음료는
36억원의 당기순익을 그룹에 안겨다줬다.

그런데도 두산이 음료사업에서 손을 뗀 것은 "코카콜라측과의 계약경신에
따라 원료를 공급받는 종속적 사업이란 점에서 미래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눈앞의 돈벌이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사업구조를 다시 짜기위한
결정이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징성을 차치하고 실익(매각액)면에서 보더라도 이번 매각은
단연 두산 구조조정의 기둥이다.

OB맥주 영등포공장및 직매장, (1천2백14억원), 한국3M과 한국네슬레, 코닥
등 지분(1천6백35억원)매각등 지난 2년여동안 두산이 팔아치운 자산(약
3천9백억원)을 모두 합쳐도 이번 음료사업 매각액(4천3백2천억원)을 따르지
못한다.

그만큼 이번 매각은 두산그룹에 엄청난 재무구조 개선의 효과를 안겨다
주는 것이다.

덕분에 두산은 지난 94년이후 3년만에 적자에서 헤어나 흑자(약
2천억원추산)그룹으로의 변신이 가능해졌다.

9천억원 이상 적자를 기록하던 캐시플로우도 5천1백억원 정도의 흑자로
전환될 전망이다.

부채비율도 6백%에서 5백%로 낮아져 금융비용 부담율을 12%에서 11.5%로
끌어내릴 수 있게 됐다.

두산은 이번 매각을 계기로 다운사이징 구조조정을 어느정도 마무리짓고
내년부터는 공격경영의 기틀을 마련하는 2단계 구조조정에 돌입한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주력사업인 맥주의 영업은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다.

계열사나 자산을 팔아치우는 구조조정의 궁극적 목적이 주력사업에
핵심역량을 모음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있다는 점에서 두산은
앞으로도 갈길이 멀다.

두산의 "선구적인 구조조정 착수"가 "21세기 우량기업"이란 결과로
이어질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 노혜령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