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니즈에 맞는다고 해서 제품이 반드시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꼭 필요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거나 수치심 때문에 구입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성질의 상품이라면 판매에
성공하기 쉽지않다.

그런 점에서 소비자들이 자사제품을 편안한 마음으로 살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도 성공적 마케팅의 전제조건중 하나로 지적된다.

유한킴벌리의 성인용 기저귀 "디펜드"가 대표적 사례다.

디펜드가 시장에 나온 것은 지난 93년.

유한킴벌리 마케팅팀은 당시 새로운 틈새시장을 찾기 위해 미국과 일본의
시장상황을 파악했다.

미.일에서는 폐경기 이후의 여성과 노인들중 상당수가 요실금(자신의
의지대로 소변조절을 못하는 것)을 겪고 있으며 이를 위한 성인용 기저귀
시장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음을 알아냈다.

마케팅팀은 국내에도 이 제품을 내놓으면 성공할 것으로 확신하고 곧장
시장조사에 나섰다.

보건복지부산하 보건사회연구원에 조사를 의뢰, 중년여성중 40%이상이
요실금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기에다 노인인구가 전체의 10%에 달하고 있어 성인용기저귀는 승산이
있는 니치마켓으로 판단했다.

소비자조사와 시장분석을 끝낸후 그해 6월 디펜드를 시장에 내놨다.

하지만 바로 전국에 제품을 깔지 않았다.

사전 시장조사에서는 승산있는 제품으로 나타났지만 그래도 1백% 자신할수는
없었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해말까지 서울지역만을 대상으로 테스트마케팅을 했다.

유통망으로는 대형 백화점과 체인점, 대형병원 인근의 큰 상점으로 한정
했다.

광고도 대중광고대신 특정계층을 겨냥, 리빙뉴스같은 생활정보지와 약사공론
등 전문지에만 냈다.

적은 광고비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였다.

테스트마케팅 기간중 월 1억원어치는 팔릴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3천만원대에 그쳤다.

회사는 원인파악을 위해 다시 시장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사람들이 제품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수치감때문에 선뜻 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회사는 곧바로 "수치감 해소작전"에 돌입, 권위있는 대학교수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요실금이 질병이 아닌 노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모든 광고에 제품선전보다는 나이가 들면 눈이 나빠지는 것처럼 요실금도
전혀 부끄러워할 필요없는 노화현상이라는 점을 더욱 부각시켰다.

이렇게 요실금에 대한 수치감을 없애나가면서 94년 1월 판매망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동시에 전국을 대상으로 일간지광고를 실시했다.

요실금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치감이 엷어지고 판매망도 전국으로 확대되자
판매액은 93년의 4배로 늘어났다.

2개의 경쟁제품이 나왔지만 디펜드의 선두위치를 위협하지는 못했다.

유한킴벌리는 지금도 꾸준히 요실금이 부끄러워 할 이유가 없는 자연스런
노화현상임을 홍보하면서 전체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가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올해 제품종류를 2개로 늘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고급형 하나뿐이었다.

올해엔 고급형가격의 60%대인 저가표준형을 생산, 소비자의 선택폭을 넓히고
경쟁사들에 대한 우위를 확고히 다져나가고 있다.

< 이정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