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은 5일 낮 청와대에서 경제계원로인 신현확 전총리와 나웅배
전부총리를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하며 경제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
했다.

갈비탕을 메뉴로 1시간10분간 진행된 이날 오찬에서 두 경제계원로는 금융
개혁을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건의하고 현 시점에서 경제팀의 경질은 바람직
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세제상 혜택을 줘야 한다는 점과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은 대화요지.

<> 김대통령 =대기업의 부도가 잇따르는 등 경제가 대단히 어렵다.

남덕우 전부총리도 모시려고 했는데 외국에 나가있어 못모셨다.

고견을 들려달라.

<> 신전총리 =경제에 대해 논란도 많고 걱정도 많다.

그러나 경제가 잘못됐다고 무조건 정부만 나무라는건 도움이 되기는 커녕
사태를 악화시킨다.

재경원장관을 비롯한 내각인사를 잘못하면 더 큰 일이다.

누가 새로 들어와도 2~3개월동안은 사태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눈치만
보다가 끝난다.

근본문제는 기업과 은행에 있다.

기업의 불건전 상태가 누적됐다.

3~4백%나 되는 부채비율을 갖고는 건전경영은 생각할 수 없다.

은행도 제역할을 못하고 스스로 부실, 주인없는 은행이 됐다.

금융계부터 건전화시켜야 하고 금융개혁법안을 무슨 일이 있어도
통과시켜야 한다.

기업도 구조조정에 나서 과감하게 자를 것은 잘라야 한다.

<> 나전부총리 =지난 10년간 저유가, 엔화강세에 힘힙어 경쟁에 유리했었다

소득이 3~4배 증가하면서 소비도 그만큼 늘었다.

기업은 사업을 벌이기에 급급했다.

그 결과 과다한 차입으로 기업의 재무구조는 악화되고 고임금시대를
선도했다.

엔저시대의 도래와 고금리, 고임금으로 95년부터 기업이 고전하기 시작,
지난해부터 나빠졌다.

쓰러질 기업은 쓰러져야 하지만 국내에 생산기반이 있는 기업을 방치할
수는 없다.

그런점에서 기아그룹의 정리는 잘한 일이다.

외국에서 금융계의 부실채권규모를 1천억달러로 보고 있으나 나는 50조
정도로 본다.

금융개혁을 반드시 추진해야 하고 금융기관간 흡수, 합병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

금융기관도 과감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

<> 신전총리 =우리나라는 못 살다가 잘 사는 경우로 좌절한 경험이 별로
없다.

일본이나 선진국들은 무수한 좌절경험이 있어 위기가 왔을 때 자기방어
능력이 있다.

우리는 자기방어를 할줄 모른다.

기업도 그렇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정부에 대한 신뢰회복이 중요하다.

대통령께서도 경제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용기를 북돋아 주셨으면 좋겠다.

기업의 구조조정을 정부가 잘 유도해야 한다.

<> 나전부총리 =예전에는 부도를 내면 죄인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부도를 내도 자기경영권을 지키려고 한다.

이것도 기업의 구조조정을 늦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부도를 내면 경영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

< 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