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코아그룹(회장 김의철)이 3일 9개계열사에 대해 화의를 신청하기로
결론을 내린 것은 금융권의 자금지원이 끊긴 상태에서 그룹의 회생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이 달리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뉴코아는 지난달 20일 부도위기때 재정경제원이 급조한 협조융자로
5백45억원을 지원받아 생명을 연장했으나 이날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이
추가자금지원을 거부하자 4일 서울지방법원에 화의를 신청키로 전격 결정
했다.

화의신청만이 김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재기를 도모할 수 있는 유일한
활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뉴코아의 운명은 지난달 31일 해태와 뉴코아의 진로에 대한 재경원과
채권은행단간의 심야협의에서 뉴코아에 대한 추가지원 불가와 화의신청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사실상 결정됐다고 볼 수 있다.

뉴코아가 화의신청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원인으로 우선 전국 점포에서
일어나는 매출이 지난 5월이후 서서히 감소해 1,2 금융권의 빚상환과 협력
업체 어음결제를 감당하지 못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뉴코아는 올해초부터 불어닥친 불황의 여파에다 자금사정이 어려워지자
손님을 모으기 위해 바겐세일과 사은품행사를 잇따라 열었으나 기대만큼
매출이 오르지 못했다.

이에따라 지난 9월부터는 15개 백화점과 16개 킴스클럽에서 나오는 평일
50억원의 매출이 40억원선으로, 주말 80억원의 매출이 65억원선으로
떨어지면서 사정은 더욱 급박해졌다.

매출감소 다음으로 협력업체의 이탈을 꼽을 수 있다.

협력업체들은 잦은 바겐세일로 채산성이 악화하고 있는데다 어음만기일이
종전 20일에서 80일로 연장되자 매장에서 잇따라 철수하고 있다.

제일제당 제일모직등 대형 입점업체들의 잇단 철수로 자금악화설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상품구색이 빠져 매출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한가닥 기대를 걸었던 부동산매각이 지지부진한 것도 협조융자 지원후
회생을 가로막은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뉴코아는 지난달 6일 1차부도직전까지 몰리면서 다음날인 7일 전격적으로
LG백화점에 잠원동 본점 인수를 제의하는 등 발빠른 자구노력의 모습을
보였으나 세금문제 등으로 전혀 진전을 보지 못했다.

업계관계자들은 뉴코아가 지난달 20일 협조융자덕으로 기사회생한뒤 돌연
본점매각에 소극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본점 인수협상에 적극적으로 대하는 상대방을 감안, 소유권이전시기 등
양보를 이끌어 낼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무리한 점포확장이 뉴코아의 비극을 가져 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빚을 얻어 점포를 내고 그 점포를 담보로 새 점포를 짓는 식의 연쇄차입에
의한 점포늘리기가 경기침체와 맞물려 경영부실을 초래했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국의 월마트를 꿈꾸며 무섭게 성장가도를 달리던 뉴코아는 결국 법원과
채권단에 운명을 맡겨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 강창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