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융사가 1천억원정도를 지원해 이미 부도처리된 해태를 회생시키기
위한 노력이 사실상 물거품 된 것은 종금사간 첨예한 입장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 종금사간 협조융자 논의는 해태그룹에 1천3백억원의 여신을 한
대한종금등 여신규모가 큰 일부 종금사들로부터 비롯됐다.

대한종금의 경우 해태그룹이 7.85%의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사이기도 하다.

3일 열린 11개 종금사 부사장급회의에서도 대한종금이 연말까지 1천5백억원
을 지원하자는 제의에 대해 다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곳은 해태에 각각
9백억원과 1천5백억원을 빌려준 나라와 항도종금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도 그러나 타금융권의 협조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항도종금 관계자는 "협조융자 논의가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다"며
"연말까지 만기도래하는 1천1백억원의 회사채 지급보증에 대해 증권사 등이
대지급을 해주는 식으로 도와주고 은행권이 미처 집행하지 못한 협조융자
실시가 전제된다면 종금업계의 협조융자도 이뤄질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상당수 종금사들은 독자적으로 협조융자에 나설 이유가
없다며 반대입장을 보여 협조융자 얘기는 물건너 갔다는게 종금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전환종금사의 사장은 "협조융자는 해태에 여신이 많은 일부종금사가
추진하는 방안"이라며 "종금업계 전체의 결의를 이끌어 내기는 어려울 것"
이라고 말했다.

해태그룹의 소극적인 태도도 협조융자를 이끌어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종금사 부사장급 임원회의에 참석한 해태그룹의 정기주 종합조정실장은
"부도난 회사를 회생시켜 준다는데 대해 고맙다"고 하면서도 "추가담보로
제공할 자산이 없고 자구계획 이행도 쉽지 않다"고 밝혀 종금사들에게
실망을 안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종금사들이 기대했던 구체적인 자구계획을 갖고 오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특히 정실장은 주채권단인 종금사와의 상의도 없이 화의와 법정관리를
신청하게된 배경을 설명하는데 주력해 종금사의 협조융자에 따른 화의와
법정관리 철회가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결국 해태에 대한 종금사간 협조융자는 전체의 총의를 얻지 않으면 실효성
이 없는데다 여신이 많지 않은 종금사들의 경우 타금융권의 협조없이 담보도
잡지 않고 추가여신을 하는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어서 일부
종금사가 자구책 차원에서 추진한 해태에 대한 협조융자 논의는 해프닝으로
그칠 공산이 커졌다.

이에따라 종금사 여신규모가 1조9천억원에 이르는 해태가 예정대로 화의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일부 종금사의 극심한 자금난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