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제과 음료 유통등 해태그룹 주력기업들의 화의신청이후 시장판도변화에
식품.유통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해태제과와 음료는 각각 해당업계에서 선두를 다투는 기업으로 탄탄한
영업망과 기술력을 갖고 있어 당장 영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회사들은 이번 부도및 화의신청으로 당좌거래를 할 수 없게
됨으로써 모든 원자재구매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원자재를 공급하는 수백개의 협력업체들에게 모두 현찰로 재료를 구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생산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해태의 자금사정이 극도로 어렵게되면서 인원감축 임금동결 등의 조치가
계속되자 유능한 영업사원에 대한 경쟁사의 스카우트 움직임도 일고 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경쟁사에서 높은 임금등 지금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며 우수 영업사원및 간부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정보가 자주 들어오고
있다"며 "영업사원이 곧 판매실적인 여건을 감안하면 유능한 판매사원의
손실은 곧바로 매출저하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해태음료의 경우 자금난때문에 경쟁사들의 판촉경쟁에 맞대응을 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매출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최근 롯데칠성음료 코카콜라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가격인하를
무기로 치열한 판촉전을 벌이고 있으나 해태로서는 여기에 보조를 맞춘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높은 금융비용 때문에 경쟁사들보다 실제 제조원가가 높은
마당에 가격인하경쟁까지 벌이면 수익을 거의 기대할 수없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탄산음료시장에서 어렵게 높여 놓았던 축배사이다 콤비콜라 등의
시장점유율 6~7%도 다소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또 비용감축노력에 따라 광고도 줄일수밖에 없어 매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음료 제과는 광고와 매출이 어느 다른 업종보다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광고를 전혀 안할 수는 없지만 예전보다는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의 영업손실을 막기위해 해태는 계열사별로 민족기업인 해태를 살리기
가두캠페인 해태제품많이 팔아주기 운동 등을 벌일 계획을 세워두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해태유통의 화의신청으로 유통업계에도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백화점업체들은 강동구 명일동의 해태백화점이 부진할 경우 최근 오픈한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천호점이 반사이익을 얻을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슈퍼체인업계에서 국내최대인 75개의 슈퍼마켓 점포를 가진 해태유통
(해태슈퍼마켓)은 이번 화의신청으로 점포수확대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됨으로써 슈퍼체인업계의 선두가 바뀔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점포수로 2위인 LG유통(LG슈퍼)이 해태의 점포수확장이 정체된 틈을
타 다점포화를 추진할 경우 선두로 올라서게 되며 만년 3등의 설움에
시달리던 한화유통(한화스토아)도 해태를 넘볼 것이란 관측이다.

해태유통이 내년중 미국 뉴저지에 수퍼마트를 진출시킨다는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결국 이번 화의신청으로 당장 식품.유통업계에 폭발적인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이들 기업이 해당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 만큼 화의신청
및 자구노력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거나 장기화될 경우 식품,유통업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전망이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