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자금사정이 안좋아 이달초 한국은행으로부터 1조원의 특융을 받았던
종합금융사들이 이번에는 심각한 외화부족난을 겪고 있다.

특히 재정경제원이 환율상승 억제를 위해 최근 현물환 초과매입한도를
자기자본의 5%로 정함에 따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화로 미달러화를 환전할수
있는 길도 제한돼 자금사정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0일 10여개의 전환및 지방종금사들은 2억달러규모의 만기도래
단기차입금을 갚지 못해 밤늦게까지 부산을 떨어야 했다.

제일 외환 신한 등 일부은행들의 여유자금을 융통해 가까스로 갚기는 했지만
한국은행이 "보이지않는 손"으로 중개에 나서지 않았더라면 자칫 지급불능
사태에 빠질수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외화자금 부족은 31일에도 이어져 이날 오후까지 2~3억달러규모의 결제자금
을 막지못했다.

물론 이같은 양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달들어 아시아권 전체가 통화위기를 겪고 있는데다 국내환율도
연일 상한가를 때리면서 종금사의 외환사정은 더욱 악화일로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 종금사에 돌아오는 단기차입 결제요구금액은 하루평균 7억달러정도.

그러나 한국 한불 한외 새한등 선발종금사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종금사
들이 자기신용으로 차입을 못하고 은행을 매개로 외화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여서 언제까지나 기댈 수도 없는
형편이다.

모은행의 경우 단기결제자금 3천만달러를 마련하지못해 지난 30일 신한은행
에 긴급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제일종금 관계자는 "최근에는 산업 수출입은행 등이 종금사보다는 시중은행
을 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자금사정이 더욱 빠듯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오버보트 포지션" 제한규정 신설도 종금사에게는 부담스럽다.

재경원이 지난 29일 금융기관의 현물환초과 매입한도를 자기자본의 5%로
제한함에 따라 사실상 평균 8백만달러이상의 현물환을 초과매입할수 없도록
돼버렸다.

또 이미 자기자본의 5%를 넘은 종금사들은 앞으로 한달내에 초과비율을
낮춰야 한다.

지난 30일 종금사들이 극심한 외화부족에 시달리면서도 서울외환시장을
통한 달러매입이 2억달러수준에 그친 것도 이같은 사정 때문이다.

종금사 관계자들은 이에 따라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책에 주력한 나머지
외화자금사정은 도외시한 것 같다"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 당장 종금사들의 외화자금사정이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특히 신설 전환종금사들의 경우 지난 95년이후 갑자기 국제금융업무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단기자금을 집중적으로 차입, 현금유동성이 떨어지는
외화채권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이 자금수급에 결정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한은이 최근 특정종금사를 대상으로 모니터링해본 결과 현금화가 가능한
최단기간은 한달가량인 것으로 파악돼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일부
종금사의 외화자금사정은 극히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사태이후 시시각각 조여오는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크레딧라인 봉쇄도
종금업계 외환딜러들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