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31일에는 모처럼 진정세를 나타냈다.

매매기준율보다 10전 높은 9백65원10전으로 조심스러운 출발을 하더니
하루종일 9백61~9백65원대를 맴돌았다.

변동제한폭까지 천정부지로 치솟던 폭등세나 30원이상을 오르내린 급등락이
언제 있었느냐는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다.

정부의 강력한 환율 방어대책이 먹혀들고 있는 결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불안심리가 완전히 가셔진 상태는 아니다.

이날 환율동향에 대해 "태풍의 눈 속에 놓인 배"라는 비유도 있었다.

때문에 환율 안정세가 얼마나 지속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환율 안정세에는 오는 3일의 외국인 주식투자한도확
대시점이 최대 분수령"이라고 말하고 있다.

단기적인 안정세는 가능하겠지만 환율이 안정추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
위해선 한도확대를 지켜 봐야 한다는 얘기다.

현 상황에서 환율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딜러들이 꼽는
변수는 크게 4가지.

우선 세계 금융시장의 동조화 현상과 관련해서 동남아국가 통화가치나
엔.달러환율 동향을 꼽는다.

국내 증시에서 무차별적 매도세를 일관하는 외국계자금 동향과 정책당국의
환율안정 의지, 그리고 시장참가자들의 불안심리도 중요한 변수이다.

체이스맨하탄은행의 김명한 부지점장은 "현재 정책당국의 의지가 다른
변수들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다음주
초반까지는 안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엔.달러 환율은 1백20엔대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들의 주식매도 자금에서 비롯된 달러화 수요는 외환당국의 환율
안정 의지에 밀리는 상황이다.

이런 탓에 단기적인 환율 안정세가 가능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러나 딜러들은 "3일 이후의 전망은 안개속"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부지점장은 "외국계자본 이탈이 많아 수급공백 우려가 여전한 상태여서
자금유입이 확인돼야 안정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5억달러 이상이어야
환율을 끌어 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최근에도 외국인들의 주식매도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자금규모가
미미할 경우 환율은 다시 치솟을 개연성이 높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경제난을 방치하는 듯한 한국정부의 태도가 외국인들을 주식매도 행렬에
밀어 넣었다는 점에서 외환정책이 더이상 신뢰를 잃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딜러는 "외부악재로 형성된 환율거품을 걷어내는 작업이
외환당국에 의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환율정책이 밀리는 인상을
한번 더 준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율이 안정세를 지속하는 데에는 정책신뢰성이 큰 역할을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 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