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삼성 대우등 대기업들은 환율급변과 해외시장의 혼미한 상황등으로
인해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짓지못하고 있다.

해외건설이나 플랜트등 장기프로젝트의 경우 장기 환율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수주참여를 꺼리는 경향마저 나타나고있다.

그룹차원의 해외투자사업의 경우에도 국제경제와 환율변동에 대한
예측불능으로 방향조차 정하지못하고 있다.

외환위기와 국제경제 불안의 파장에 대해 분야별로 짚어본다.

[[ 수출 ]]

전자 섬유 피혁 화학제품의 경우 미국 유럽등지의 바이어들은 원화 대비
달러가치가 상승한 만큼 제품단가를 낮춰주지 않을 경우 구매선을 중국이나
동남아로 바꾸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태국 등 동남아국가들은 최근 자국통화가치의 급락으로
구매력을 상실해 상담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밝혔다.

전체생산물량의 40%가량을 중국으로 수출하는 폴리에스터 등 직물업계도
수출성수기를 앞두고 홍콩 금융시장불안으로 홍콩바이어들의 자금이 묶여
오더물량이 크게 감소했다.

대우중공업 현대정공 등 기계류수출업체도 동남아거래선의 잇단 도산으로
수출상담이 거의 끊긴 상태이다.

무역협회 조사부 이인호차장은 "동남아 통화가치와 증시폭락은 수출시장의
구매력을 떨어뜨릴뿐 아니라 한국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두가지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합상사들은 주력수출시장인 동남아 국가의 붕괴로 내년 수출목표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제3국을 거점으로 한 종합상사들의 3국간 거래도 위축되고 있다.

"동남아의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치명타를 가하면서 물건을 사고
팔 사람을 그때그때 찾기가 여의치 않다"고 (주)대우 관계자는 밝혔다.

특히 국내외 금리차를 얻기 위해 금중계무역에 주력해왔던 종합상사들은
최근들어 환율급등에 따른 불안때문에 금거래를 중단했다.


[[ 외환거래 ]]

무역업계의 가장 큰 어려움은 달러가 하루중 변동제한폭(+2.25%)까지
치솟으면서 외환시장이 마비돼 달러를 구할 수 없다는데 있다.

당장은 실수요 증명서로 한국은행에서 지급받는 달러로 어렵게 꾸려갈
수 있지만 사정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정상적인 무역업무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소 무역업체들은 사이트빌(일람출급)조차 일부 은행에서 네고를
꺼리고 있어 자금난을 겪고 있다.

또 대한항공 한전등 일부 대기업들은 막대한 환차손으로 수익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원화가 1% 평가절하될때 대략 2천5백억원정도의
환차손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제, 지난 1년간 전체 환차손 규모가 3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 이익원 기자 >

[[ 원자재수입 ]]

<>농산물 =제과업계는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농산물 국제가격이 가뜩이나
올라간 상황에서 환율급등까지 겹치자 몹시 곤혹스러워하는 표정.

분유등 유제품과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껌에 들어가는 치클등을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제과업계는 이에따라 6개월~1년 단위로 하던
원료수입 계약기간을 단기간으로 가져가면서 환율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롯데제과 외자과의 오철과장은 "최악의 경우 9백30원정도까지는 예측했으나
그이상으로 환율이 뛰자 이제는 예측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비축물량등으로 현재까지는 그럭저럭 버티고 있으나 현재수준의 환율이
내년초까지 계속될 경우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제당도 "환율이 9백60원대까지 올라가면 출고가를 20%이상 올려야
채산성을 맞출수 있고 1천원대에 육박하면 25~30%의 원가상승 압박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제지 =한솔제지등 대부분 업체들이 원자재인 펄프의 수입물량만큼
완제품을 수출하고있어 원화평가절하에 따른 손실은 크지않다고 밝히고
있으나 국내출시제품의 경우는 적잖은 원가압박에 시달리고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내수판매가격을 올려야하지만 불경기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잇다.

제지업계는 이같은 원화환율급등에 따른 마이너스요인을 상쇄시키기위해
펄프수입대금의 결제방식을 일시불로 하고 지급통화를 달러베이스 일변도에서
마르크등으로 다양화하는 방식을 구상중이다.

<>철강=철근등의 원자재로 사용되는 고철의 경우 국내 자립도가 55%에
불과하고 평소 재고물량도 1개월정도 분량이어서 고로업체들은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또 주요 생산품인 철근등이 원래 수익폭이 적은데다 대표적 수요처인
건설업체들이 전반적으로 장기불황에 시달리고있어 가격인상은 엄두도
못낸채 원화환율상승에 따른 원가상승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할 입장이다.

더욱이 수입고철중 일부 일본물량을 제외하고는 모두 달러베이스로 결제
하고 있어 환율폭등에 따른 피해가 구조적으로 클수밖에 없다고 업계
관계자는 밝혔다.

[[ 해외수주/투자 ]]

국내 환율폭등 및 세계금융시장불안으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프로젝트
추진이나 해외합작투자사업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인천 남동공단의 한 전자업체는 올초 태국 합작사와 총3백만달러를
투자해 전자부품공장을 세우기로 합의했으나 태국경제가 곤두박질치면서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태국 합작사는 최근 합작계약 자체를 파기하자고 연락해와 장기적인
사업계획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회사관계자는 우려했다.

이밖에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해외건설사업을 추진했던
건설업체들은 대부분의 사업을 연기하고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특히 국내 환율이 치솟으면서 국제입찰에서도 자금계획안을 짜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관련업체들이 소극적으로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 노혜령.김철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