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과 경상남도간의 "고로제철소 건설 기본합의서" 체결은 제철소
입지를 확정했다는 표면적인 의미외에 또다른 측면에서의 의미도 갖고 있다.

즉 현대의 제철사업이 이제 공식 행정절차에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현대가 이처럼 고로제철소 건설을 기정사실화하고 나선데에는 나름대로의
몇가지 상황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현대의 제철사업 진출 반대하는 목소리가 한결 수그러들었다는
점이다.

우선 잠재적 경쟁자인 포항제철의 경우 지난달 사보를 통해 "현대의
제철사업 진출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기업의 신규사업 진출은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기업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는 강경식 부총리의 최근 발언도 마찬가지다.

이 발언을 보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현대의 제철사업 진출을 허용하겠다는
의사가 담긴 것으로 현대측은 받아들이고 있다.

이와함께 최근의 철강수급상황도 현대측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정부가 현대의 제철사업 진출에 제동을 건 작년 11월의 공발심에서는
그 이유로 공급과잉 우려를 들었다.

그런데 요즘의 철강수급은 공급과잉은 커녕 핫코일의 공급난이 심각한
상황이고 이같은 수급차질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는 이처럼 나름대로의 상황판단을 근거로 제철소 건설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지만 그 판단이 정확한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제철소 착공 전에 거쳐야 할 산업단지 지정이라든지 환경영향평가 등의
행정절차에서 정부가 어떤 입장을 택할지 속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측은 이날 합의서 체결에 대해 통산부가 "현재로서는 논평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일체의 가부간 입장표명을 유보한 점을 긍정적으로
풀이하고 있다.

<임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9일자).